2012 02/21ㅣ주간경향 963호

2004년 17대 국회는 설렘으로 열렸습니다. 처음으로 진보·개혁 진영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게다가 초선 의원이 187명으로 ‘개혁 국회’가 될 것을 예감하게 했습니다. 299명의 의원 중 초선이 67.5%를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초보 국회’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초보 국회 시절 초선 의원들이 많다보니 상임위에서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상임위원장의 발언권을 얻지 않고 발언하다가 한나라당 재선 의원에게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나중에 온 한나라당 초선 의원이 역시 발언권을 얻지 않고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자 꾸지람을 들은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도 발언권을 얻지 않고 발언했다는 것입니다.

실수도 많았지만 국민들은 의원들을 물갈이했던 만큼 여전히 새로운 국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7대 국회에 대한 기대는 나중에 실망으로 변했습니다. 열린우리당 108명의 초선 의원들은 ‘108번뇌’라는 불명예스런 이름을 얻었을 뿐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몸싸움과 강행처리, 날치기는 여전했습니다.

18대 국회에서는 다수당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 개혁이 아니라 개악으로 나갔습니다. 매년 예산안은 합의가 아니라 날치기로 처리됐고, 다수당의 횡포가 휩쓸었습니다. 게다가 검찰이 국회의장실을 압수수색하고 후반기 국회의장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입법부의 어느 누구도 진정한 반성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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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보노라면 각 당에서 의원들을 공천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최선의 인재를 뽑는 것보다 최악의 인물을 떨어뜨리는 데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선의 인재를 발탁하면 이들은 순간적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습니다. 하지만 국회가 열리면 이들은 299명의 국회의원 중 한 명에 불과하게 됩니다.

최악의 인물은 어떨까요. 공천 당시 언론에서는 이런 인물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국회가 열리면 몇 명의 역할을 합니다. 몸싸움에서, 욕설에서, 계파 줄서기에서 거침없이 행동합니다. 뇌물에다 성희롱까지 가면 온갖 ‘별’은 다 단 격이 됩니다. 지금 각 당에서는 공천을 앞두고 있습니다. 각 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최선의 인물을 뽑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최악의 인물을 공천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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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총선도 마찬가지입니다. 투표로 최선의 인물을 뽑는 것보다 최악의 인물이 당선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4년 내내 국가에도, 국민들의 정신건강에도 이로울 듯합니다. 순간의 선택이 앞으로 4년간 여러분의 정신건강을 좌우합니다.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

Posted by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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