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2/07ㅣ주간경향 961호


야구경기를 직접 해본 적이 있습니까? 어릴 적 초등학교에는 야구부가 있었습니다. TV가 없던 시절, 그래도 야구경기를 직접 본 덕분에 야구룰을 익혔고, 동네 친구들끼리 편을 나눠 야구경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동네 야구에서는 1루에 나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1루에 나가면 2루는 물론 3루까지도 거저먹기였습니다. 투수가 견제할 수도 없을 뿐더러, 도루할 때 포수의 송구도 없습니다. 포수가 주자를 잡겠다고 송구를 했다가는 공을 놓쳐 주자가 홈으로 뛰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1루타를 치나 3루타를 치나 어차피 3루에 가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반인 경기에서도 도루를 막거나 도루한 주자를 아웃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투수는 적절한 견제구를 던져주면서 주자의 도루 타이밍을 뺏어야 하고, 포수는 정확한 송구로 주자를 아웃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배터리가 이 정도 능력을 갖추려면 아마 초등학교 야구선수 이상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경기에서야 비로소 1루, 2루, 3루의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1루에 나갔다고 해서 2루로 쉽게 도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1루타보다는 2루타가 좋고, 2루타보다는 3루타가 좋습니다.

경향신문DB

 

도루(盜壘)라는 한자식 용어에는 이미 ‘훔치다’라는 뜻이 들어가 있습니다. 실제로 ‘2루를 훔치다’라는 표현도 사용합니다. 영어 원어도 같은 뜻인 스틸(steal)입니다. 왜 훔치다라는 뜻을 넣었을까요. 정당한 노력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비록 투구의 타이밍 뺏기, 주루 능력 향상이라는 노력이 들어가지만, 도루에는 무임승차·불로소득이라는 단어처럼 뭔가 거저 얻는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수많은 도루가 눈앞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 권력을 이용해 부를 축적합니다. 재벌은 문어발 확장으로 시장 골목까지 집어삼키려 합니다. 전문가들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지식을 가공합니다. 그래서 권력과 부의 이용이 정당한 것처럼 포장합니다.

마치 1루 주자가 누상을 온통 휘젓고 다니는 격입니다. 그를 견제할 선수는 보이지 않습니다. 투수는 투수대로 주자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포수는 포수대로 멀뚱멀뚱 주자를 쳐다보기만 합니다.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고 난 뒤에야 1루에 있던 주자를 왜 진작에 견제하지 않았나 비판합니다. 정권 말에 들어서야 권력비리는 조금씩 실체를 드러냅니다. 눈앞에 서슬 퍼런 권력을 견제하지 않는 한 정권 말마다 반복되는 이 고리는 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능한 투수, 유능한 포수가 필요합니다. 살아 있는 언론, 행정부를 감시하는 입법부, 현 권력층에게 추상 같은 검찰이 있어야 합니다.

권력형 비리가 하나둘씩 터져나올 때마다 편집실은 부끄러워집니다. 그 당시 언론은 무엇을 했기에 이들이 이렇게 스스럼없이 비리를 저지를 수 있었나? 또다시 언론은 뒷북만 쳐야 하나? 견제세력의 눈이 시퍼렇게 살아 있다면 어느 누구도 감히 ‘훔칠’ 꿈을 꾸지 않을 것입니다.

견제구가 필요합니다. <주간경향>은 살아 있는 권력에 서슴없이 견제구를 던지겠습니다.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

Posted by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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