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신뢰로 인생을 이끌어주는 멘토, 본받고 싶은 롤모델, 존경하는 인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상대,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 한 인간형이 이 모든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말고는.

한 포털 사이트에 안 원장의 단점에 대한 질문이 올라왔다. 그를 멘토로 삼고 역량을 평가하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공개적으로 SOS를 보낸 것이다. 답변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거의 단점이 없다’였다. 굳이 말한다면 휴식을 즐기지 못하고 운동에 소질이 없는 정도라나. 그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수평적 리더십에 편중되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수평적 리더십의 단점을 다 가지고 있다. 나 개인의 단점보다 수평적 리더십의 단점을 찾으면 엄청나게 많이 보일 것이다.
예를 들면 속도가 느리고 체력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요즘 젊은이들이 워낙 수직적 리더십에 식상해서 수평적 리더십을 갈구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절대 우위에 있지 않다. 전쟁이 나면 수직적 리더십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서 정답이 다르고 서로가 상호보완적 관계다.”

안 원장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골프도 배우지 않았다. 저녁 약속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취미가 독서, 영화감상이다. 일과 자기 계발, 사회 공헌에 대한 책임, 그래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 외에 다른 공간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언론의 지적처럼 ‘우리 시대 윤리적 인간의 전형’이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존경할 수는 있지만 롤모델로 하기에는 욕망의 허락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욕심만 버리면 세상이 편하다”
“그게 또 나의 사적인 욕망이기도 하다. 나는 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다. 23년 동안 한국 언론에 나의 행적이 전부 나와 있다. 발언도 많다. 한 번도 말을 뒤집거나 하지 않았다. 참고 살거나 주위 시선을 의식하거나 꾸미면서 무슨 일을 했으면 이렇게 오랫동안 못 버텼을 것이다. 예를 들면 정부 자문위원 하면서 하고 싶은 말 다 한다. 자리 욕심만 버리면 그 다음부터는 세상 사는 게 너무 편하다.”

사람은 욕망을 조절하면서 산다. 그는 그럴 필요가 없다. 세상이 나은 방향으로 가는 데 보탬이 되는 게 그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선의의 욕망’ ‘긍정적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안 원장은 내성적인 성격이 불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바꿀 수 없는 것은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도 그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아예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끊임없이 도전한다. 의사,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 벤처기업 창업, 경영학, 어느 것도 평생을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는 분야다. 그는 또 무엇에 도전할 것인가.

“나는 미래 계획이 없다. 그냥 현재를 열심히 살면 그 다음 선택이 나한테 주어진다. 카이스트 교수 시절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어떤 분이 ‘학교에만 있어서 현실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한국에서 10년 동안 사장 하면서 만날 은행 가서 어음 깡하고 다닌 사람한테 말이다. 평생 학교에 있었던 사람으로 다른 분이 착각할 정도로 교수로서 인정받은 것 아닌가. 그런 게 현재를 충실하게 산 결과이자 보람이다.”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Posted by 주간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