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2011년의 정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2011 12/27ㅣ주간경향 956호

중국의 정사(正史)는 모두 기전체로 서술됐습니다. 기전체란 인물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한 것으로 정사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요조건이었습니다. <사기> <삼국지>는 모두 기전체 역사서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전체 역사서로는 삼국사기와 고려사가 대표적입니다. 기전체에 비해 편년체 역사서는 역사적 사실을 연·월·일 순서로 기록합니다. 조선왕조의 실록이 대표적입니다.

기전체 역사서의 장점을 찾다보니 <삼국지>의 예가 언급되고 있습니다.<삼국지>의 클라이맥스는 적벽대전입니다. 그런데 진수의 <삼국지>에서 조조의 열전에 해당하는 기록에서는 적벽대전의 승리나 패배가 없습니다. 조조가 적벽에 이르렀는데 큰 역병이 돌아 군대를 이끌고 돌아왔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삼국지>에서 유비의 열전이나 제갈량 또는 주유 또는 손권의 열전을 보면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대패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조의 열전에서는 조조 개인에 대한 전기라는 점에서 적벽대전 대패를 슬그머니 비켜간 것입니다.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의 역사를 씨줄과 날줄로 엮는 기전체 역사서의 장점은 이 예에서 잘 드러납니다. 조조의 열전에서 비록 슬쩍 지나갔지만 다른 인물의 열전에서 역사적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게 됩니다.

2011년 새해 아침에 <주간경향>은 확 변했습니다. 제호도 <주간경향>으로 바꿨을 뿐 아니라 스토리 중심의 표지에서 인물 중심의 표지로 과감히 변신했습니다. 그리고 한 해 동안 50여명의 인물이 <주간경향>의 표지를 수놓았습니다.

이들 표지만 쭈욱 훑어 보더라도 2011년 한 해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라이벌로 떠오른 손학규 대표와 유시민 대표, 문재인 이사장이 전반기의 표지를 장식했고, 1년 내내 화제의 중심에 있는 박 전 대표도 표지인물이 됐습니다.

SNS에서 맹활약을 펼친 소셜테이너 김여진·김제동씨, 팟캐스트 방송으로 인기를 휩쓴 나꼼수의 김어준씨 등도 <주간경향>의 표지인물로 등장했습니다. 거의 1년 내내 크레인에서 농성했던 김진숙씨도 망원 카메라에 잡혀 표지인물이 됐습니다.

(경향신문 DB) 직장인들이 서울 압구정동 제5투표소를 찾아 서울시장 투표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시장 선거를 중심으로 주목받았던 오세훈 전 시장, 박원순 현 시장, 그리고 안철수 교수는 <주간경향> 표지인물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송년호를 펴내면서 표지인물의 스토리를 기전체 역사서처럼 교차시켜봅니다. 마치 <삼국지>에서 각 인물의 열전에 나오는 적벽대전에 대한 기록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교차시켜보니 ‘안철수 현상’으로 집약되는 2011년의 역사가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적벽대전처럼 올해의 모든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주간경향>의 표지인물 스토리가 독자 여러분에게 올 한 해를 조망하게 하고,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의 역할을 해왔는지 되돌아봅니다. <주간경향> 편집실의 구성원들은 올해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2011년 남은 시간을 알차게 마무리하십시오.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


 

Posted by 주간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