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진보통합 추진 중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그는 스스로를 ‘떨거지’라고 했다. 그의 고민은 자신이 ‘잉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한때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였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현재 모습이다. 지난해 6월 경기도지사 낙선과 지난 4월 김해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참여당 후보의 낙선 이후 정치인 유시민에 대한 관심은 많이 줄었다. 그런데 그는 조급해 보이지 않았다. 

지난 수개월간 그가 집중했던 것은 진보통합이었다. 국민참여당의 참여를 반대했던 이들을 설득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당대표로서 진보통합에 집중했다. 자신을 한껏 낮췄다. 많은 이들이 어렵다고 예상했던 진보통합을 이뤄낸 것은 마지막까지 진보통합의 끈을 놓지 않은 유 대표의 공이 크다. 11월 23일 이뤄진 유 대표의 인터뷰는 전날 날치기 처리가 된 한·미 FTA 비준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어제(11월 22일)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날치기 처리가 있기 전(11월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FTA를 찬성하면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이를 체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슨 말로 비난할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는 모든 것을 ABR(Anything But Roh, 노무현 정부 정책은 반대한다는 의미)로 끌고 갔다. 이번에도 자기들 소신으로 (FTA 비준 처리를) 했다고 하면 될 것을 돌아가신 노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야비한 일이다.”

FTA는 참여정부 시절 시작된 것이다. 참여정부 인사로서 FTA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내 입장은 성경륭 교수(한림대·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가 정리해서 발표했던 것(11월 9일 노무현재단은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과 마찬가지다. 우선 참여정부 시절 FTA와 (이명박 정부의 FTA는) 내용이 많이 달라졌다. 이익균형이 현저하게 미국 쪽으로 움직였다. 2008,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기조가 확실하게 퇴조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또한 미 행정부가 최근 통과시킨 한·미 FTA 이행법안도 우리에게 불평등한 부분이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알 수 없었던 내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미 FTA는 전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린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이다.
“오죽 절박했으면 그랬겠나. 의석이 적은 진보야당이 저렇게까지 절박하게 나오면 정부와 여당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탈 많던 진보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앞으로의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민주노동당은 대의원대회를 통해 진보통합을 확정할 것이다. 국민참여당은 전국 당원대회(12월 4일 예정)를 열어 투표로 결정한다. 이후 당명 공고와 당명 확정 절차 등을 거치고, 수임기관 회의를 통해 당을 등록한다. 이르면 12월 첫번째 주쯤 선관위에 등록할 것이다. 이후 창당대회를 열고, 시·도당 개편대회 등이 필요하다.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일정이 바쁘게 이어진다.”

국민참여당 당원들은 진보통합에 찬성하고 있나.
“진보통합 자체는 어렵지 않다. 우리당 당원대회가 더 어렵다. 9000여명의 당원이 주권을 행사하는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통합이 의결되려면 과반수 투표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진보통합의 가장 큰 고비가 국민참여당 당원대회다. 잘 될 것으로 본다.”

진보통합 이후 야권통합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관심이다. 11월 21일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 공개방송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야권연대로 정리를 했다. 야권통합은 물 건너 갔나.
“야권대통합과 진보통합 중에 어느 것이 선이냐 악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 마음이 대통합에까지 모아지면 대통합이 되고, 덜 모아지면 진보통합이 답이다. 야권통합과 진보통합은 어느 한 쪽이 다른 것에 비해 우월한 그런 관계가 아니다. 현재 사람들 마음은 대통합까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자꾸 대통합을 이야기하면 되지도 않고 실망감만 든다. 여러 개 옳은 일 중에서 실제 현실 속에서 집행 가능한 것을 채택해야 한다. 국민참여당 입장은 어느 것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사람들 마음이 모아지는 것이 진보통합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국민참여당과 민주당이 감정의 앙금이 많아서 야권통합에 부정적인 것은 아닌지.
“기본적으로 두 당 당원들의 마음이 모아지지 않는다. 과거의 일 때문에 비롯된 불신이나 앙금도 있고, 두 당이 가지고 있는 구조와 제도의 차이도 있다. 이런 모든 것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진보통합 이후 내년 총선에서 목표로 하는 의석 수는 얼마나 되나.
“정치판에서 ‘시민권’을 획득하는 기준은 교섭단체(20석)다. 여론조사에서 진보정당의 지지율은 10% 정도 되니까 30석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목표가 아니다.”

노심조(노회찬·심상정·조승수)는 국민참여당의 참여를 반대했는데, 지금은 찬성 입장이다.
“개인적으로 이들을 만나면 진보통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고, 의견도 잘 맞는다. 문제는 개별적으로 만나 의견을 합일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특히 통합문제에 있어 진보정당의 경우 당원들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런 어려움 때문에 개인끼리 만나서 의기투합하는 것만큼 진보통합이 빠르게 진행되지 못했다.”

유시민 대표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진보통합을 제안한 것인가. <미래의 진보> 책 작업 때문에 지난해 12월 말부터 여러 번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인가.
“진보통합은 시민사회단체에서 먼저 나왔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진보통합 이야기가 나왔다. 당이 너무 많아서 연대가 어려우니 합치자는 것이었다. 지난해 연말 국민참여당은 내부적으로 진보통합을 확정했다. 지난해 12월 민중의소리 주최 연말대담에서 이정희 대표랑 대담을 할 때 진보통합을 꺼냈다. 그때 이 대표는 머뭇거리면서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다.”

진보통합을 이뤄낸 유 대표만큼 유 대표의 딸 수진씨도 화제다. 얼마 전 수진씨가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딸이 아빠를 닮았나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유 대표에게 자녀 교육방법을 들으면서 딸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봤다. 딸 이야기가 나오자 정치인 유시민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딸이 자신의 조언을 듣지 않는다면서 토라진 평범한 아빠의 모습이 대신 보였다.

얼마 전 딸 수진씨가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이 돼서 화제가 됐다.
“나는 학생회장에 출마하는 것을 반대했다. 학생회 활동보다 민주노총에 가서 1년 동안 자원봉사하기를 원했다. 딸은 정치나 운동보다는 학자가 돼야 하는 애다. 학생회보다 노조에서 배우고 얻는 게 더 많을 것이고, 인생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도 조언했다. 딸이 말을 듣지 않는다.(웃음)”

대학교 학생회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딸의 학생회장 출마를 반대한 것인가.
“학생회 활동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빠 입장에서는 딸의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의 성격이나 장점을 볼 때 학문을 하는 것이 좋다. 공부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은 학생활동보다 노조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생회로 간 것이다.”

한때 유력한 대권 후보였는데, 지금은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
“유력했던 적이 없다.(웃음) 정치인은 선택과 도전의 연속이다. 성공을 하면 신임을 얻지만, 실패하면 신임을 잃는다. 지금까지 내 도전은 양강구도로 형성되어 있는 제도권 정치를 뛰어넘는 제3세력이 될 수 있는지를 시험해본 것이다. 문턱에서 계속 넘어졌다. 나에게 기대했던 국민들이 다른 사람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국민은 정치인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외부에 비친 유 대표의 이미지는 차갑다. 언론과의 관계도 좋지 않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진보통합을 추진할 때 ‘지지율이 떨어져서 살려고 민노당으로 갔다’ ‘알박기다’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진보통합은 개인적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공적으로 하는 당대표의 행위였다.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면 지난 연말부터 국민참여당이 진보통합으로 방향을 잡고 활동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이 선입견을 가지고 잘못된 정보를 그냥 쓰는 경우가 많아 답답하고 아프다. 사실관계만큼이라도 정확하게 확인을 해줬으면 한다.”

정치적 목표가 궁금하다.
“우리 정치를 좋은 정치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정치를 하다보면 국민의 맘에 들 것이고, 큰 자리도 맡을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역할을 받지 못한다. 목표를 두고 정치를 하면 괴로워진다.”


- 유시민 약력
1980년 서울대 총학생대의원회 의장
1991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97년 마인츠요하네스구텐베르크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1999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겸임교수
2000년 MBC 100분 토론 진행자
2002년 개혁국민정당 대표집행위원
2003년~2008년 16·17대 국회의원
2006년 제44대 보건복지부 장관

저서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내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Why Not?> <거꾸로 읽는 세계사> <후불제 민주주의> 등


<글·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원문주소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3&art_id=201111291856171


 

Posted by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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