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많은 연예인들이 투표 독려 트윗을 날렸습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이들 연예인을 거론하면서 ‘개념 있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습니다. 여기서 “개념이 있다”라는 말은 제대로 된 생각을 갖추고 있다는 뜻으로, 젊은 세대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많이 쓰고 있습니다. ‘개념 있는’이라는 수식어 외에도 ‘개념찬’이라는 수식어도 있습니다.

이런 표현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개념이 없는’이라는 표현만 있습니다.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라고 할 수 있는 ‘개념 있는’ ‘개념찬’이라는 표현은 ‘개념이 없는’과 정반대의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방송인 김제동씨의 10.26 투표 인증샷 / 김제동 트위터



흔히 “이 광고의 컨셉(콘셉트)이 뭐야?”라고 말할 때 이 콘셉트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개념입니다. 개념이라는 단어는 영어의 concept라는 표현에서도 뜻이 잘 나타납니다. ‘con’은 ‘하나로 모으다’라는 뜻이고, ‘cept’는 ‘잡다’라는 의미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하나로 모아 잡아낸 것이라는 뜻이 됩니다. 독일어로는 begreifen(붙잡다)이라는 동사에서 비롯된 명사인 Begriff가 철학적 용어로 사용됩니다. 이 개념이라는 단어를 쓴 철학적 명언이 있습니다.

‘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Gedanken ohne Inhalt sind leer, Anschauungen ohne Begriffe sind blind.)’

<순수이성비판>에서 칸트가 한 말입니다. 칸트는 합리론이 이성적 사유의 독단에 빠지고, 경험론이 경험의 한계로 회의에 빠지던 당시의 학문적 상황을 이 글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칸트가 택한 방식은 합리론과 경험론의 한계를 넘어서서 오성과 감성을 결합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마치고 난 뒤 칸트의 명언이 생각난 것은 ‘개념 없는’이라는 단어 때문입니다. 칸트는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blind), 즉 눈 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개념 있는’ 연예인들의 행동에 비해 ‘개념 없는’ 행동은 무엇이었을까요? 선거를 독려하는 행동을 욕하고, 이를 규제하려 하고, 심지어 처벌까지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패배의 원인을 놓고 이런 ‘개념 없는’ 생각은 이어집니다. SNS의 힘에 밀려 패배했으니 SNS 명망가를 영입한다느니, 앱을 새로 개발한다느니 하며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SNS에 대한 개념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안 봐도 훤하다’며 아직도 눈을 감고 있거나, 아니면 눈을 뜨려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밝아왔습니다. 조금이라도 ‘개념’이 있다면 이제 슬슬 눈을 떠야 하지 않을까요.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

Posted by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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