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수원 삼성 대 알 사드(카타르)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전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경기는 난장판이 됐습니다. 후반 경기 도중 부상 선수가 그라운드에 누워있게 되자, 수원 삼성이 공을 밖으로 차냈습니다. 알 사드팀이 아웃 됐던 공을 안으로 스로잉했습니다. 수원 삼성은 으레 자신들에게 패스해 줄 것으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 공은 긴 패스로 알 사드의 공격수에게 연결됐고 이 선수가 골을 넣었습니다. 분명 비신사적 행위였습니다. 하지만 반칙은 아니었기에 골로 인정됐습니다.

흥분한 한 관객이 경기장에 난입하자, 알 사드의 한 선수가 관객에게 폭력을 가했습니다. 이후 양측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엉켜 난투극을 벌였습니다.

수원 삼성과 카타르 알 사드의 AFC 4강전 경기 장면 / AP연합뉴스



어떻게 된 일인가 리플레이된 화면을 보았습니다. 수원 삼성이 공을 밖으로 차내기 전 양측 선수가 알 사드의 골문 앞에서 쓰러져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수원 삼성이 계속 알 사드의 골문으로 쇄도하자 알 사드의 선수들이 흥분해 보복성 분풀이를 한 것이었습니다. 알 사드 측은 이 점을 강조하며 수원 삼성이 먼저 잘못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상대방이 부상 선수를 위해 차낸 공으로 골을 넣은 것은 비신사적 행위입니다. 게다가 관객에게 폭력을 행사한 행위는 무엇으로 변명을 해도 잘못된 행동일 것입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장면을 보면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거 운동의 새바람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무참하게 깨졌습니다. 정책 토론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네거티브 공격만이 난무했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습니다. 검증이라는 이름 아래 후보자들은 물론 후보자의 부친·조부까지 시시콜콜한 과거가 무책임하게 까발려졌습니다.

네거티브를 먼저 가한 쪽은 어쩌면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는지도 모릅니다. 당한 쪽에서도 네거티브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비도덕적인 네거티브 공격이 서로간에 오갔습니다. 어떤 기사에서는 이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표현했습니다.

먼저 가한 쪽은 고결하다던 시민정치마저 정당정치에 굴복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제3자인 시민들마저 진흙탕 싸움에 끼어들었습니다. 마치 수원 월드컵경기장에 관객이 뛰어든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2011년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입니다. 경기장에서 골만 넣으면 되듯이 선거에 이기기만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상황입니다.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일어난 난투극이 그대로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수준 높은 경기를 볼 수 있을까요?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

Posted by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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