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입니다. 북미에서는 요즘 같은 시기를 ‘인디안 서머’라고 합니다. 겨울이 오기 전인 늦가을에 여름과 같은 기후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시기가 인디안 서머입니다. 맑고 더운 날씨가 일주일 넘게 지속됩니다. 인디안들은 이 시기에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늙은 아낙네의 여름’ 또는 ‘성(聖)마르틴의 여름’으로 인디안 서머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는 10월 초 인디안 서머 때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 공원으로 쏟아져나왔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석이 끝나고 30도 이상 되는 이상고온 현상이 한동안 지속됐습니다. 우리나라에 없는 기후현상이지만 이를테면 한국적 인디안 서머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인디안 서머라는 생소한 이 용어는 2001년 제작된 <인디안 섬머>라는 영화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사형수(이미연)와 변호사(박신양)의 사랑 이야기인데, 영화는 이미연이 삶의 마지막에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인디안 서머에 비유했습니다. 청춘의 시기가 지나고 난 뒤 마치 마지막처럼 찾아오는 늦은 시기의 사랑도 인디안 서머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 연합뉴스

 

이 낭만적인 이름이 주식시장에서 간혹 사용됩니다. 전 세계의 경제는 유럽 재정위기로 더블딥을 향해 가는 국면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기도 합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를 인디안 서머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래서 일시적 상승에 들뜰 것이 아니라 앞으로 경제적 흐름이 어떤지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주가를 보면 조간 신문에 등장하는 간단한 숫자가 아니라 하루 종일 쉴새없이 오르락 내리락합니다. 다만 그날 폐장 후 어제와 비교를 할 때 간단해 보이는 것입니다. 쉼없이 오르락 내리락하지만 주가는 상승국면이든 하락국면이든 경기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큰 흐름을 잡습니다. 잠시 올랐다고 해서 하락국면에서 즐거워할 일이 아닙니다. 거꾸로 잠시 내렸다고 해서 상승국면에서 슬퍼할 일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 큰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날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디안 서머가 왔다고 해서 ‘어, 여름이 다시 돌아왔구나’ 하고 반팔 옷을 다시 꺼내면 넌센스가 됩니다. 인디안의 지혜처럼 이때에는 조용히 겨울을 준비해야 합니다. 곧 겨울이 닥치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어떻습니까? 어디쯤 와 있고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인디안 서머처럼 여름이 다시 돌아왔다고 혹시 들뜨고 있지는 않습니까?

한·미 FTA 비준을 앞두고 마치 태풍전야와 같은 상황입니다. 앞으로도 세상은 FTA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가 지배할까요? 아니면 월가 시위처럼, 유럽의 재정위기처럼 반(反)신자유주의 물결이 쇄도할까요? 어쩐지 이제 수명이 거의 다한 신자유주의의 끝물을 삼키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째서일까요. 지금 한국에 신자유주의의 인디안 서머가 도래한 것은 아닌지 곰곰 생각해봅니다.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

Posted by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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