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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인 기자 블로그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10월 12일 국회 본회의장. 한 국회의원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들어온 문자를 자신의 수첩에 옮겨적는 사진이다. 그런데 문자 내용이 잡힌 것이다. 옮겨보자면 이렇다. “<제목: 행정고시 일반행정 전국 수>-행정고시 일반행정 전국 수험번호 *********** 3차 면접만 남았는데 행자부쪽 면접관련 부서나 면접관들에게 부탁 좀 힘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선일보 조인원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사진. 인터넷 조선은 첫째 이미지를 크로핑해서 한의원이 특정안되도록 하는 형태로 보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조 기자는 이 사진을 블로그에서 삭제했다.


 
감이 오는가. 청탁이다. 아마 문자를 보낸 이의 자녀가 행정고시를 봤는데 국회의원께서 ‘빽’좀 써달라는 내용이다. 조선일보 보도에서는 딱 한 장만, 그리고 이 국회의원이 누군지 특정 안 되도록 크로핑되어 나왔지만, 사진을 올린 기자의 블로그에는 막전막후의 과정을 찍은 사진이 더 있다. 이 국회의원의 수첩엔 “* 행정고시 3차면접  ***********”이라고 적혀 있는게 포착되었다. 조선일보 사진기자가 지운 부분은 수험번호로 추정됐다. 청탁에 관해 이 국회의원이 모종의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암시다. 

 
관심은 사진 속 국회의원이 누군가에 집중됐다. 누리꾼은 블로그 사진 속 인상착의에 주목했다. 안경과 시계, 필적 그리고 결정적으로 왼손 손등의 점. 누리꾼 수사대는 ‘고시와 관련있는’, ‘안경을 쓴’ 국회의원들의 사진들을 모았다. 그리고, 특히 왼손이 노출된 사진에 주목했다. 그리고 한 사람을 추론해냈다. 민주당 김영록 의원. “행정고시 출신인데다가 1급 관리관까지 경험”하고 나왔다는 것이 ‘혐의’를 더했다. 누리꾼이 김의원을 범인으로 지목하자 10월 14일 새벽, 김의원의 실명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떠올랐다. 김 의원의 공식 홈페이지는 트래픽 초과로 마비됐다. 
 
누리꾼이 결정적 단서로 본 것은 왼손 손등의 점. 하지만 누리꾼이 사진 속 단서에서 간과한 점이 있다. 왼손 중지에 남아있는 밴드부착 자국이다. 공개된 김의원의 최근 사진 속 ‘왼손’에는 그런 흔적이 없다. 게다가 안경과 시계도 다르다. 헛발질이었다. 김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조선일보 기자 쪽에서 연락이 와서 김 의원이 아니다고 밝혔고, 실제 사진 속의 인물은 김의원의 인상착의와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첩이나 글씨체도 김의원과 다르고, 안경테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휴대폰 기종(김의원은 갤럭시S1, 사진 속의인물은 갤럭시S2)도 다르다”며 “명예훼손이 분명한 만큼, 최초 허위사실을 유포한 이를 찾아서 사법처리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의원실은 이날 정오 무렵 기자에게 설명한 내용과 유사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그렇다면 사진의 주인공은? 한나라당 한기호 의원이다. 공식홈페이지에 올린 국회 사진을 보면, 안경을 썼다 벗었다 했기 때문에 누리꾼의 ‘수사망’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 단서인 ‘일회용 밴드’를 지난 9월 23일께 왼손 중지에 감고 있었다는 것도 확인된다. 한의원에게 연락을 취했다. 한 의원은 “사진 속의 주인공이 자신이 맞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문자를 보낸 사람은 누굴까. 한의원의 답. “그냥 친구야 친구,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합니까” 청탁을 받은 것은 사실인지. “국회의원이 청탁을 얼마나 많이 받겠어요. 그런 일은 부지기수죠. 듣고 안해주면 그만이죠. 누가 들어준답니까. 국회의원을 그만둔다면 몰라도….” 요컨대 ‘청탁’이 들어온 건 사실이지만, 그것에 반응해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왜 수첩에 옮겨 적으신 걸까. 하필이면 수험번호를. “(문자가) 핸드폰에 있으니까 지워지지 않겠어요. 이름이 아니라 수험번호가 있어서 옮겨 적은 것이고….” 휴대폰 문자메시지, 보관기간 길다. 금방 안 사라진다. 아마, 최신 휴대폰이라서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으신 모양이다.  

다음은 사진의 주인공인 한나라당 한기호 의원과 일문 일답(오늘 오전 통화). 

- 사진 주인공 맞으시죠.
= 예.

- 조선일보 '사진' 때문에 연락했다. 누가 보낸 메시지인가. 
= 친구...그냥 친구입니다.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합니까. 

-청탁을 받으신 것은 사실이죠. 
= 국회의원이 청탁을 얼마나 많이 받겠어요. 다만 도덕적인 면에서 내가 안하면 되는 것이지. 부탁들어오는 것은 다 받죠. 그러나 자기가 도덕적으로 할 것 안할 것을 구분하는 것은 국회의원이 하는것이다. 안 하면 되는 거지 그게 무슨 이야기거리가 됩니까.

- 그렇게 청탁이 들어오는 게 많나. 
= 행시 부탁하는 사람도 나중에 몇 사람 있었고, 내가 군생활할 때는 진급시켜달라, 휴가를 보내달라.그런 요구가 있었다. 다 받아서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행시 면접 청탁을 했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어디서 면접을 하는지, 누가 하는지 날짜도 모르는데. 기자가 자꾸 말도 안되는 것 가지고 기사를 쓰고, 물어보는 자체가... 

- 다른 기자로부터도 연락을 받았는가.  
= 처음받은 것이다. (편집자 주: 애초 논란의 진원지인 조선도 한 의원에게 간단하게 멘트를 따 보도 했음)

- 어제 새벽에 민주당 김영록 의원이 지목을 받아 고생했는데. 혹시 걱정은 안되는가
= 난리쳐도 상관없다. 민주당 의원은 청탁은 안받냐. 
국회의원 청탁을 안받는 사람이 어디 있냐, 청탁은 받되 안하면 되는 거지. 
국회의원을 그만두려면 몰라도. 자기가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 사진이 인터넷에 나왔는데 전후로 조선일보에서는 연락이 없었나. 
= 안왔다.  

Posted by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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