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권경미씨(32)가 내는 휴대전화 요금은 월 7만원 안팎이다. 월정액 5만5000원을 내는 스마트폰 요금제를 사용한다. 여기에 스마트폰 기기 할부금 5000원 등이 더해져 보통 7만원 정도의 요금이 나온다.
권씨는 “스마트폰으로 바꾼 뒤 월 1만5000원 정도를 더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씨의 남편은 휴대전화 요금이 월 10만원이 넘게 나온다. 월정액 9만5000원 요금제를 사용한다. 이들 부부는 한 달 17만원 정도를 통신비로 부담한다. 소득의 4%, 가처분소득의 7~8% 정도를 통신비로 지출한다.
권씨는 “가계소비에서 통신비 지출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늘 내왔기 때문에 이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4월 5일 서울 서초구 공정거래위원회 민원실에서 이동통신 3사 요금 담합 등 불 공정 거래 조사를 요구하는 신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7월 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2011’을 발표했다. 커뮤니케이션 아웃룩은 격년으로 발표하는 OECD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는 각 나라의 통신비 수준이 비교돼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 통신비 지수는 2009년 기준 1.607이다. OECD 평균 지수는 1로 한국은 1.671인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가처분소득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OECD 평균은 2.7%인 데 비해 한국은 5.4%다. 권씨 부부의 통신비 지출을 OECD 평균에 맞춘다면 지금보다 10만원 정도의 통신비를 절약할 수 있다. 권씨는 “10만원씩 1년이면 120만원”이라며 “으레 내는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OECD 기준에 맞춰보니 새삼 아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소득 비해 통신 사용량 외국보다 많아

이번 OECD 보고서에 대해 참여연대는 “지난 6월 2일 통신요금TF가 발표한 ‘기본료 1000원 인하안’과 같은 면피용 대책으로는 가계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통신비 부담을 완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이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요금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보고서의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소득에 비해 통신 사용량 또한 많다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용량이 같다고 가정하면 한국의 이동통신 요금 수준은 OECD에서 중간 정도의 순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30건 통화를 기준으로 할 경우 요금 순위는 13위, 100건 통화요금은 15위, 300건 통화요금은 19위에 올랐다. 순위가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요금이 싼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의 통신비용이 다른 나라와 달리 매해 증가하고 있어 가계 부담이 점점 더 심화된다는 분석도 있다.
새세상연구소 김성혁 연구원은 “다른 나라들은 모두 통신비용이 떨어지는데 한국만 같은 기간 통신비용이 기형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2009년 메릴린치가 발표한 보고서를 예로 들었다. 이 보고서에는 OECD 국가와 이스라엘, 홍콩, 싱가포르 등 29개국의 가입자당 월평균 음성통화매출액 변화 추이를 조사한 결과가 나타나 있다.
이 중 통화량이 많은 국가들을 따로 모아 평균을 냈더니 음성통화매출액은 2004년 33.2달러에서 2005년 32.46달러, 2008년 28.85달러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동안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04년 43.32달러, 2005년 43.99달러, 2010년 45.67달러로 매해 증가하고 있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의 매출액이 다른 나라와 달리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KT 민영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이동통신사들의 민영화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우리처럼 국가 지분을 모두 매각한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민영화를 하더라도 완전 민영화가 아니라 20~30%의 지분을 국가가 소유하고 있다면 요금 인상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 지분이 남아 있을 경우 방송통신위원회 등 해당 기관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KT가 완전 민영화되지 않았다면 요금 인상이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SKT나 LG U+도 KT와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 요금담합도 한 몫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정종남 기획국장도 같은 입장이다. 지난 6월 27일 국회에서는 ‘KT 민영화 10년 KT 민영화 폐해와 대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정 국장은 이 자리에서 “민영화 당시 정부와 재벌은 경쟁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막대한 이익이 요금인하 등의 고객 환원으로 이어지지 않고 대부분 단기 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흘러들어갔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이에 대한 근거로 연도별 당기순이익 배당 내역의 변화를 꼽았다.
2001년 KT의 당기순이익은 1조 872억원이었다. 배당총액은 224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총배당액 비율(배당성향)은 20.6%였다. 그러나 완전 민영화가 된 2002년 이후 배당성향은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정 국장은 “2010년 배당성향은 50%까지 뛰었다”며 “당기순이익 1조1719억원에서 배당총액은 5862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고 말했다.


민영화 주장의 논리대로라면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이 저렴한 가격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혜택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5조원에 가깝고 순이익은 3조원이다. 그러나 주주배당만 급속히 증가하고 가격 인하 등 소비자 혜택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정종남 국장은 민영화로 인한 과당 경쟁이 마케팅 비용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막상 민영화하고 여러 통신사업자에게 사업권을 부여하다보니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마케팅 비용이 폭증했다”며 “마케팅 비용의 폭증이 통신비 원가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사실은 상식에 속한다”고 말했다.
KT의 지난 10년간 마케팅 비용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KT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에는 2478억원이었던 마케팅 비용이 2010년에는 2조8501억원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또 다른 이유로 시민사회에서는 이동통신사의 요금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통신서비스 지출은 가구당 월평균 14만1388원에 달했다. 가계소비지출의 7.09%로 사상 최대치다. 통신비가 이렇게 증가한 이유로 스마트폰 보급의 확대가 꼽힌다. 스마트폰의 경우 최저 월정액은 3만5000원이고 최대 월정액은 11만원이다. 월정액이 비싸지다보니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면서 1만~3만원가량의 요금을 더 내게 되는 셈이다.

스마트폰 요금의 경우 KT, SKT, LG U+ 등 통신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동일한 요금 체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구간인 3만5000~6만5000원 구간은 월정액에 따른 무료통화 제공량이 동일하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기보다는 이동통신업체들이 그 요금을 내부적인 담합으로 책정하고 또한 위법한 끼워팔기를 통해 부당하게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동통신업체들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참여연대는 이동통신사의 스마트폰 요금 담합에 대한 조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의뢰했고 공정위는 아직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현장조사를 마친 상태로 분석을 진행 중에 있으며 조사 결과 발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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