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747 공약’을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비전 2020’이라는 새로운 공약을 내놓은 모양이다. 2020년까지 출생률 1.7명, 경제성장률 5%, 국민소득 4만달러를 이룬다는 내용이다. 듣자하니 747은 ‘선거용 공약’이었다고 한다. 비전 2020이라고 뭐가 다르겠는가. 그 역시 남은 임기 동안 통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통치용 공약’에 불과할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2020년이면 정권이 이미 두 번 바뀔 시점인데 왜 다음 정권들의 청사진까지 자기들이 짜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5년 임기로는 성이 차지 않은 모양인가? 게다가 전 정권에서 벌인 일은 법을 바꿔가면서까지 뒤집으려 하는 이들이 왜 자기들이 벌인 일만은 다음 정권에서도 계속 ‘받들어 모셔야’ 한다고 믿는 것일까.

아무튼 747 공약의 처참한 말로를 보자. 7% 성장하겠다더니 성장률은 2008년 2.2%, 2009년 0.2%로 내리 주저앉았다. 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겠다고 하더니 2009년 1만7000달러로 4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세계 7대 경제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하더니 지난해와 올해 순위가 15위로 떨어졌고, 앞으로는 이 자리마저 위협받을 것이라고 한다.

어디 이 뿐인가. 세계 3위이던 IT 경쟁력은 2008년 8위, 2009년 16위로 추락했다. 그런가 하면 요란한 녹색성장의 구호 속에서 환경지수는 43계단 떨어져 세계 94위를 기록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는 2007년 11위에서 2008년 13위, 지난해에는 급기야 여섯 단계 더 내려가 16위로 뒤처졌다.

퇴행은 경제 영역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다. 이 정권 들어와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69위로 떨어졌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 비하면 30계단 넘게 떨어진 셈이다. 보츠와나, 세르비아, 탄자니아, 토고보다 못한 성적이다. 그런가 하면 유엔의 사회적 귄리 권고 사항은 이 정권 들어와 세 배나 늘었다고 한다. 인권침해 사례가 그만큼 빈번해졌다는 얘기다.

서민의 삶은 어떤가. 민생행보를 하겠다며 시장에 가서 어묵을 먹는 세리머니를 하는 사이에 소형 아파트 값은 크게 올라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힘들어졌다. 정권 2년 만에 23.29%나 올랐다고 한다. 취임 초 이 정권은 서민을 위해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이른바 ‘7대 MB 물가’는 현재 다른 물가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빠른 경기 회복세를 이끌었다고 자화자찬한다. 그 대가로 국가 재정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이 정권이 끝나는 2013년까지 국가 채무는 184조원이 늘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을 수주했다고 자랑을 했던가? 백두산에 친환경(?) 원자력 발전소를 짓겠다는 중국 정부를 향해서는 뭐라 할지 궁금하다.

그러는 사이에 온 나라가 세종시 블랙홀에 빠져 있다. 모든 이슈를 빨아먹는 이 블랙홀은 청와대의 실험실에서 일으킨 과학적 참사라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여당과 야당이 싸우고, 친이와 친박이 싸우는 것은 그렇다 쳐도 공주와 연기의 주민들이 서로 삿대질을 하며 싸우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나라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정부와 여당. 국민들은 빠져나갈 출구조차 못 찾고 어둠 속을 헤매고 있으며, 대답 없는 문제를 푸느라 지쳐갔다. 자기들도 피곤했던 것일까? 잠시 현실에 눈을 감더니 미래로 날아가 그 거위만한 두뇌 용량으로 거위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비전 2020년.’ 2020년을 고민하지 말고 오늘 20시 20분에 할 일이나 생각했으면 좋겠다.


<시사평론가>

Posted by 주간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