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대선 행보의 신호탄이다.”(이정현 한나라당 의원)
“유력한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께서 오늘 한국형 복지의 기수로 취임하는 날이다.”(박희태 국회의장)

12월 20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사회보장기본법 전면개정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월 20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을 위한 공청회’에는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 의원 등 7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장광근·강승규 의원 등 일부 친이계 의원도 참석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축사는 이날 공청회의 성격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꺼내들면서 대선행보에 나섰다.

여의도는 박 전 대표의 복지 담론을 두고 출렁이고 있다. 여당 내에서 친이·친박의 힘겨루기가 시작됐고, 야당은 “알맹이 없는 쇼”라면서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대선과 총선을 준비하는 2011년 여의도는 복지 담론을 두고 뜨거워질 전망이다.

여권내 친박-친이 계파갈등 표면화
정치권은 박 전 대표가 복지로 대선행보를 시작한 것을 ‘치밀한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남북문제나 경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많다. 이명박 정부가 모두 망쳐놓은 사안이기 때문”이라며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성장이라는 유산을 복지로 계승한다는 의미가 있다. 박 전 대표가 복지를 들고 나온 것은 치밀한 계산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18대 상반기 국회에서 박 전 대표의 상임위는 보건복지위원회였고, 후반기에는 기획재정위원회다. 여야가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재원 때문이다. 복지를 들고 나오면 항상 뒤따르는 말이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박 전 대표가 보건복지위를 거쳐 기재위를 택한 것은 복지 담론을 뒷받침할 재정정책까지 내놓을 것임을 보여준다. 정치권에서 “박 전 대표는 상임위의 변화를 통해 복지 경력을 쌓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박 전 대표 측은 기자에게 “복지를 들고 나온 것은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하면서 생각한 것을 발표한 것뿐”이라며 “앞으로 다른 아이템을 발표할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 전 대표의 경제통으로 통하는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기자에게 “우리는 박 전 대표의 복지 담론을 뒷받침할 재원 마련에 대한 해법을 가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구체적인 방법을 하나하나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복지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뜨거운 감자로 남았다. 민주당 등 야당이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하는 이유도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 전 대표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겠다는 의미) 공약을 통해 감세를 주장했다. 복지 확대에 필요한 예산은 세금 확대로 이어지는데, 줄푸세 공약과 배치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가 줄푸세 공약에 대해 입장을 밝혀도, 밝히지 않아도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12월 23일 산타 모자를 쓴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이 서울 무교동 거리에서 4대강 예산 날치기 법안 무효화를 위한 국민 서명운동을 벌인 가운데 최영희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기자에게 “박 전 대표가 복지를 들고 나온 것은 이명박 브랜드로는 집권이 어렵기 때문에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린 것뿐”이라며 “부자감세, 안상수 대표의 70% 복지론 등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복지를 들고 나오나. 박 전 대표가 (재원 마련에 대한) 진전된 안을 들고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복지가 약점이 될 것으로 본다. 복지는 원래 진보적인 어젠다다. 우리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도 “박 전 대표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재정대책이 없으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범야권도 복지담론 정책대결 환영
민주당 내에서 “박 전 대표의 복지를 비판만 해선 안된다. 민주당은 오히려 복지정책을 더 다듬어서 정책 대결로 가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를 통해 복지 어젠다를 확대한 후에 정책으로 승부를 내면 오히려 야당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야당도 박 전 대표에게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으라고 비판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민주당 등 야당은 박 전 대표의 복지 어젠다가 야당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복지론을 두고 야당이 결집하는 형국이다.

박 전 대표의 대선행보는 당 내에 잠복했던 친이·친박의 갈등을 두드러지게 했다. 박 전 대표의 공청회장에는 친이계열 의원들도 참여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대권주자에게 줄을 대는 상황이 시작됐다는 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친이계 의원의 내분이 시작됐고, 친이계 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복지 담론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12월 24일 친이계 의원인 심재철 한나라당 신임 정책위의장은 CBS 인터뷰에서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데, 그 이야기는 감춰놓고 무조건 복지만 잘해주겠다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며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복지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국민들의 세금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복지를 이야기할 때 그 돈을 어디서 준비할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한 의원은 기자에게 “취임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사람이 박 전 대표의 복지정책을 읽어보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정책위 의장으로 취임했으면 업무파악부터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도 “친이계가 견제를 하는지 안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견제만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대선은 2년이 남았다. 박 전 대표는 계속해서 정책 위주의 행보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의 복지 공청회를 시작으로 정치권에서는 복지 담론이 큰 화두가 됐다. 야권은 박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결속을 다졌고, 여권은 박 전 대표의 복지 담론 발표로 친이·친박의 대립이 시작됐다. 정치권의 움직임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복지가 될 것임을 보여준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Posted by 주간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