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현재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박근혜 전 대표다.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시선은 그에게 온통 쏠려 있다.
그의 대선용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국가미래연구원이 최근 출범하면서 주목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번 설 때 가족·친지간 대화에 가장 많이 오를 인물일 법도 하다. <주간경향>이 설 합본호에서 박 전 대표를 집중 취재한 이유다. 지난 몇 년간 2위와 큰 격차를 둔 채 차기 대권주자 여론지지율 1위를 차지한 그를 분석해봤다. 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면모도 소개한다. <편집자주>



2011 대구경북신년 교례회에 참석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건배를 하고 있다. |한국독립PD협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핫이슈’ 분야에서는 상수(常數)다. 정치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박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올해는 2012년 대통령 선거의 토대를 탄탄하게 다져야 할 때로 온 국민의 눈이 그에게 쏠린다. 문제는 박 전 대표가 스스로 노출하거나 일부러 드러내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박 전 대표의 소소한 일상사, 허심탄회한 속뜻을 알기란 쉽지 않다.

박 전 대표는 정치인 중에 접근하고 접촉하기가 가장 어렵다. 상시소통시대에 박 전 대표는 휴대전화를 지니지 않는다. 박 전 대표 명의의 휴대전화가 없다는 이도 있고, 있긴 한데 수행비서가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결론은 직통 연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보좌진 측은 “하지만 연락이 끊긴 적은 없다. 외부에서는 수행비서를 통하고, 자택에 계실 땐 유선전화로 연결되는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최측근 인사를 뺀 이들은 항상 박 전 대표와의 ‘불통(不通)’을 아쉬워한다.

박 전 대표가 각 기자들과 개별 접촉하거나 전화 취재, 인터뷰 등을 꺼려 하는 것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로 알려져 있다. “당대표의 한마디는 중대한 당론으로서 가장 나중에 나와야 하는 것인데 섣불리, 일일이 응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당대표에서는 물러났지만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서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소통의 시대 ‘불통’ 아쉬워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개헌과 복지, 대북관계 등을 골자로 인터뷰를 원했지만 쉽지 않았다. 꽤 오랜 기간 박 전 대표를 담당하고 있는 한 기자는 “그동안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직접 만나는 방법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인터뷰 요청은 박 전 대표에게 가 닿기도 전에 알아서 차단되는 것 같더라”고 했다.

대신 일각에서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를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 비판하고, 민주당은 ‘무상 시리즈’로 대응하는 데 대해 측근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으로부터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 제3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와 동생 지만씨가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정책은 국민으로부터 평가받는 것이지 싸움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상황에 맞는 복지 시스템으로 가는 것, 우리의 국민소득, 고령화, 양극화, 도농 격차, 계급 격차에 맞는 복지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큰 틀을 가지고 달려드는 것도 아니고, 발목잡기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

이 의원은 “전국의 복지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수십 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1년 6개월 만에 만들어낸 것이 이번 ‘박근혜식 복지정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박 전 대표가 위원으로 포함된 ‘국가미래연구원’이 출범했다. 언론은 이 조직이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로 대권을 향한 본격적 발걸음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과연 그럴까. 한 측근 의원은 “미래연에는 박 전 대표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인사도 있고, 이름만 올려놓거나 다른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도 상당수다. 조만간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며 “아직 싱크탱크라고 불리기에는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오히려 당내 무계파(無系派) 의원들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복박(復朴), 월박(越朴), 주이야박(晝李夜朴)의 움직임도 있지만, 넘을 담이 없는 무계파로서는 지금이 그야말로 ‘입박(入朴) 시대’라는 것이다.

“친박의 큰 문제는 고급두뇌 부족”
박 전 대표를 좋아하는 일부 인사들은 “부모를 어떻게 잃었는지 분명히 기억하는 박 전 대표로서는 한번 담을 넘은 이들에게 큰 기회나 역할을 주지 않을 공산이 크다”며 “친박의 가장 큰 문제는 친이계와 같은 고급 두뇌층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입박(入朴) 인사들 중 정치력과 전문분야를 겸비한 이들이 제대로 된 브레인 조직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무계파가 요즘 상한가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박 전 대표는 당내 친이계 소장파, 여성의원, 대구·경북 의원 등 가리지 않고 ‘오찬 정치’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모두 드러난 것은 아니다. 삼삼오오 모이는 박 전 대표와의 오찬 자리는 지금도 진행형인 것이다. 몇 차례 박 전 대표와 식사를 한 중립 성향의 한 의원은 “오늘은 누가 좌장이 되고, 내일은 누가 호스트가 되는 등 자리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쪽저쪽에도 끼지 않은 의원들이 초대받는 경우가 많다”며 “박 전 대표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여서 마다하지 않고 나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 주위에 있는 각각의 역할책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언론은 곧잘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누구, ‘비서실장 역’ ‘법률고문’ ‘경제 과외교사’ 등 수사(修辭)를 이용해 박 전 대표의 입장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들으면서도 신뢰의 근거를 높이려 애쓴다. 어떤 기자가 그럴 듯한 역할을 붙이면 쉽게 회자하면서 자리매김하는 식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다른 생각이다. 한때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자 ‘친박계 경제통’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유승민 의원은 “단 한 번도 박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지시한 적도 없고, 박 전 대표 역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대해 평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 측근은 “일부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솔직히 들으면 우스운 이야기도 많다”며 “대표님이 하라, 하지 마라 말을 않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러니 자칭 ‘~역’, ‘~격’을 붙이고자 할 때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경기도 화성시 석포리 한 농장에서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표를 둘러싼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통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부분 ‘지금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익히 알고 있는 박 전 대표의 강점, 즉 원칙과 신뢰, 인간애와 애국심은 충분하니 ‘현재의 약점’을 제대로 알고 행보를 이어가라는 주문이었다.

“대한민국의 앞날을 볼 때 박근혜가 공주에서 바로 궁으로 입궐하는 과정이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아야 한다. 박근혜는 어서 광장으로 내려와 국민과 소통하고 서민과 살을 맞대야 한다. 언론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박근혜를 광장으로 불러들이는 일이다.”(민주당 3선 의원)

유연성 부족, 임기응변 미흡
“원고지를 들고 읽는 수첩공주라는 이미지를 벗고 힐러리 클린턴처럼 소매를 걷어붙이고 웅변할 줄 아는 이미지가 필요하다. 지금은 박 전 대표가 전 국민의 유행가지만 다른 신곡이 나오면 어떡할 것이냐. 짧고 추상적인 말만 하지 말고 현장에 가서 감동을 줄 수 있는 현장형이 되어야 한다.”(국회 한 보좌관)

“박 전 대표가 이론에 능통하면서도 달변가와 토론을 한다고 상상해보라.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박 전 대표는 항상 늑장대응이다. 실수는 없다. 하지만 비전 제시도 없다. 문제는 콘텐츠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것 아니겠느냐.”(청와대 관계자)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고집스럽다, 융통성이 부족하다, 독재자의 딸, 얼음공주, 수첩공주, 여성이라는 약점은 박 전 대표가 그동안 꾸준히 지켜온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히 덮을 수 있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했다. 하지만 유연성 부족, 임기응변의 미흡함, 신뢰는 주지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콘텐츠 부족, 현장에 나서지 않는 정적인 이미지는 현 시점의 약점이라는 것이다.

또 지난 ‘박근혜 비키니 사진’으로 인터넷 세상이 시끌벅적했는데, 박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하기 전 ‘감춰진 시기’에 대해 “스스로 청문회를 거치는 것이 좋다”는 주문도 있었다. 구제역 파동으로 전국이 들썩일 때 조용히 농가를 방문해 문제를 살피고 경청하는 자세가 아쉽다는 얘기도 나왔다. 박 전 대표 주위에서 덕을 보려는 인물을 제대로 간파하고 적절하게 용인술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박 전 대표의 ‘썰렁개그’가 회자된 적이 있죠. 하지만 박 전 대표의 개그는 유머도 위트도 아닙니다. 상황에 맞는 유머가 아니라 그 유머에 상황이 맞춰져야 하는 거죠. 모두가 웃는 게 아니라 항상 웃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고, 폭소가 ‘파아’ 하고 터지는 게 아니라 터져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겁니다. 자신의 힘에 도취되어선 안돼요.”(친이계 중진의원)

특히 한 정치권 인사는 “지금 대권잠룡들 중 감동을 주는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 박 전 대표에게는 크나큰 다행”이라며 “박근혜의 신뢰가 감동과 결합되는 순간 적수는 없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부분 비슷했다. 그리고 감동을 주는 정치인으로는 모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에게 지금 꼭 필요한 사람은 연출력을 갖춘 홍보전략가”라며 “박 전 대표를 지키는 진정한 참모라면 그런 연출가를 붙여주고, 박근혜의 이미지를 더욱 다양하고 굳건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사실이다. 과거 “참 나쁜 대통령” “우리 정치의 수치” 등 짧고 굵은 촌평에서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등 보다 길고 적확한 문장형을 내놓고 있다. 예상보다 빨리 끝나버린 지난해 예산국회 이후 정치권이 우왕좌왕할 때 ‘박근혜식 복지’를 던지면서 파고를 이끌어냈다. 민주당이 강하다고 여겨왔던 복지를 선점하면서 복지 논란을 촉발시켰고,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내 잠룡들을 이슈로 끌어들였다. 지금으로선 박 전 대표가 복지를 끌고 있고, 다른 여권 내 잠룡들은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박 전 대표에게는 조금 다른 차원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대(對)언론 스타일도 바뀌고 삶의 현장을 파고드는 현장형 정치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 측근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복지를 시작으로 그동안 준비한 많은 정책 보따리를 하나둘 풀어나갈 계획이다. 당장 1월 마지막 주에 사회보장법 전면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서상현<매일신문 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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