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지난 9월 2째주 주간경향 추석특집호에 실렸습니다.

한국은 핵발전 정책 레이스 중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이 대통령 “원전사고 났다고 안하면 인류 후퇴”
 동일본 대지진과 연이어 이어진 후쿠시마 핵사고로 전세계가 시끄럽던 지난 3월 14일. 이명박 대통령은 아랍에미레이트(UAE) 핵발전소 기공식에 참여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전부터 예정된 핵발전소 기공식이었지만, 후쿠시마 핵사고로 각국 정부가 핵발전소 안전 점검을 지시하고 각국에서 핵에너지에 대한 우려와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원수의 핵발전소 기공식 참가는 핵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취임초기부터 핵에너지에 대한 적극적 수용의사를 보여온 이명박 정부는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에도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오히려 흔들림없이 핵에너지를 이용할 것을 수차례 확인하고 있다. 그 좋은 예는 지난 5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발언에 서 잘 들어난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를 격려하며, “원전사고가 생겼다고 해서 안되겠다는 것은 인류가 기술면에서 후퇴하는 것”이라며 기존 핵발전정책 고수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외형상 핵발전소의 안전을 감시하는 규제기관이지만, 그간 적극적인 규제를 하지 못하고 있므며, 오히려 핵산업계를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한국에 방사능 유입은 없을 것이라는 편서풍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는 등 핵사고에 대한 안일한 대응이 문제되던 곳이다. 이러한 곳에서 이루어진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자칫 흔들릴 수 있는 핵산업계 전체에게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격려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는 것이다.



 6개월간 늦춰졌던 핵에너지 관련 일정 봇물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많은 나라에서는 기존의 탈핵정책을 재확인하였다. 당장 핵사고가 일어난 일본의 경우, 동일본 지진피해와 무관한 하마오카 핵발전소를 가동 정지시키고, 건설 중이던 카미노세키 핵발전소 공사를 중지시키는 등 탈핵정책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체르노빌 핵사고 이후 탈핵정책을 추진했으나, 최근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 반핵운동의 비판을 받아온 독일 메르켈 총리의 경우에도 2022년까지 핵발전소 완전폐쇄를 발표하는 가하면,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6월,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94%가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3월 이후 늦춰졌던 핵에너지 관련 일정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지난 8월 19일과 29일 두차례에 걸쳐 한국원자력학회 주최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수립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수립은 그간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공론화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핵산업계와 학계의 의견만 반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던 사안이다. 이번에도 핵발전소 인근주민들이 공청회 내용과 비민주적인 절차를 문제로 29일 공청회를 무산시키는 등 갈등을 해결하자는 공청회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9월 1일에는 울주군 서생면에서 신고리 5,6호기 주민설명회가 개최되었다. 역시 3월 개최예정이던 설명회 일정이 후쿠시마 핵사고로 연기된 것이다. 부산과 울산 경계지역에 위치한 이지역에는 이미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호기 등 5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에 있으며, 신고리 2~4호기 등 3기가 건설 중에 있다. 여기에 이번에 설명회를 한 5,6호기 이외에도 2024년까지 신고리 7,8호기를 완공할 예정에 있어 정부의 계획이 완료되면 모두 12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단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밖에도 정부와 핵산업계는 삼척, 울진, 영덕을 중심으로 한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을 올해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며, 9월과 10월에는 대학생 대상의 국제원자력올림피아드와 25개국 핵발전소 홍보담당자 대상으로 한 ‘국민수용성 국제워크샵’등을 국내에서 개최하는 등 후쿠시마 핵사고로 인해 실추된 핵산업계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세계 각국이 기존의 탈핵발전 흐름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이러한 흐름은 향후 더욱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주간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