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박수를 아십니까?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짝, 짝짝짝!”으로 박수를 치는 것입니다.
가을 운동회에서는 어김없이 337박수가 등장했습니다. 이 박수에 맞춰 “이겨라,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는 구호를 곁들이면 저절로 흥이 났습니다.  

한 국악인은 이 337박수가 3·3·7박자가 아닌 4·4·4·4박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될까요? 간단합니다. 음표만 따지면 3·3·7박자이지만 쉼표까지 포함하면 4·4·4·4박자가 됩니다.
“이겨라,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라는 박자를 음표로 표시하면 ‘♩♩♩  / ♩♩♩  / ♩♩♩♩/♩♩♩  ’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337박수가 3박자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4박자로 이뤄져 있다고 이 국악인은 주장했습니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80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7월 4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타워크레인위에서 이불을 말리고 있다.  /경향신문 정지윤 기자


우리는 흔히 음표만 보지 쉼표를 보지 못합니다. 음표만 있고 쉼표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리듬도 없을 것입니다. 몇 번 음표만 늘어놓다가 지쳐서 박수도 계속 치지 못할 것입니다. 쉼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리듬을 만들고 박자를 만드는 필수요소입니다. 

여름 휴가가 한창입니다. 바다로, 산으로 떠나는 행렬이 끊이지 않습니다. 경제적 효율만을 따지자면 휴가나 휴일은 기업에는 손해입니다. 토요일도 없고, 일요일도 없고, 휴가도 없다면 기업은 직원들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음악에서 쉼표가 필요하듯이 직원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그 휴식이 창의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래서 생산성을 더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 한 기업이 있습니다. 효율적인 경영을 한다며 가차없는 정리해고에만 몰입했습니다. 음표만 필요하다며 쉼표를 모두 없애는 격입니다. 이런 부당한 처사에 맞서 한 여성이 200일 넘게 고공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익에 눈이 먼 이 기업의 오너에게는 이 여성이 훼방꾼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주간경향>은 한창 휴가 시즌인 지금, 우리에게 쉼표와 같은 존재인 이 여성을 만났습니다. 오로지 돈만이 가치이고, 돈만이 살 길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그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높은 곳에서 외치고 있습니다. 음표만 보지 말고 쉼표도 주목하라는 한 국악인의 주장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보다 높은 곳에 있는 그의 이름은 김진숙입니다.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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