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지난 9월 2째주 주간경향 추석특집호에 실렸습니다.

당신의 고향은 핵발전소에서 얼마나 가까이 있나요?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핵발전소 30km 인근에 사는 320만명. 그리고 주요산업시설 반경 30km.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주민들을 완전히 대피시키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방사성 물질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확산되기 때문에 피해 범위는 반드시 거리에 비례하지 않는다. 즉 거리가 가깝더라도 바람의 반대방향이면 같은 거리의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가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 거주와 관련해 최소한의 안전거리를 설정하여 그 지역주민들을 의무적으로 대피시키는 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경우 이 범위는 반경 30km 이다. 서울의 전체의 반경이 약 15km 정도임을 고려할 때 반경 30km는 매우 넓은 범위에 지역이다. 하지만 이 정도 거리의 지역은 방사능 오염의 정도가 심하기 때문에 사람이 거주하는 등의 일은 극도로 제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 우리나라 핵발전소 반경 30km 이내에 사는 사람은 모두 얼마나 될까? 
  지난 3월, 에너지정의행동은 통계청 인구데이터를 바탕으로 핵발전소 주위에 살고 있는 인구 분포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고리, 월성, 영광, 울진 등 핵발전소 인근 30km에 살고 있는 사람은 모두 370만 1545명(2005년 기준)으로 나타났다. 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핵발전소로 발전소 인근 30km에 모두 322만 3919명이 살고 있다. 다음은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월성핵발전소로 109만 4738명, 전남 영광군 영광핵발전소는 14만 5163명, 그리고 가장 작은 인구가 살고 있는 경북 울진군의 울진 핵발전소 반경 30km에도 5만 8807명이 살고 있었다. 특히 고리핵발전소와 월성핵발전소 반경 30km는 서로 중첩되어 있어 이 두 핵발전소 반경 30km에 모두 포함되어 있는 인구는 82만 1082명이었다. 이 지역은 현재 9기의 핵발전소가 가동중에 있으며, 2024년까지 모두 18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될 예정이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울산중화학공업단지, 부산항과 울산항, 경부고속도로, 울산공항 등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시설이 고리와 월성 핵발전소 반경 30km이내에 포함된다. 이는 만약 이들 지역에서 핵사고가 일어난다면 인적피해는 물론, 우리나라 산업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후쿠시마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은 물론이고 공산품에 대해서도 방사능 피해를 우려해 수출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의 피해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한 것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피해는 30km 이상, 방재대책은 8~10km에 국한
  그간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많은 핵발전소를 지으면서 핵발전소 밀집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핵발전소 밀집도는 발전소의 용량을 국토면적으로 나눈 것으로 이 밀집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핵사고의 피해 정도와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핵발전소 밀집도는 180kW/㎢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수치로 우리나라보다 핵발전소 개수가 2배나 많은 일본(130kW/㎢)이나 핵발전소 가동률이 70%가 넘는 프랑스(121kW/㎢)보다 높은 수치이다. 세계 1위는 벨기에(203kW/㎢)이기는 하지만, 국토면적이 경상남북도 정도에 불과한 벨기에 정부는 체르노빌 핵사고 이후 단한기의 핵발전소도 짓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와는 분명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21기 수준인 핵발전소의 개수를 2030년 40기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밀집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핵사고시 대피 방법 등에 대한 방재대책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의 경우, 반경 30km 지역주민 대피는 물론, 40km 이상 떨어진 이다테마을의 경우에도 방사능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주민 전체가 대피한 상황이지만,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8~10km 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에 대한 일상적인 대피훈련, 요오드제 등 최소한 약품 배치, 비상 연락을 위한 방송시설 등을 갖출 것을 의무화하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지정 당시 최악의 핵사고를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0km 이외의 지역주민들은 어떠한 훈련이나 약품도 지급받지 못한 채 핵사고 발생시 무방비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노후발전소 폐쇄와 신규핵발전소 건설 중단부터 시작해야
 이미 두 차례의 대규모 핵사고를 겪으면서 인류는 핵발전소 사고시 어떤 일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비상시 충분한 준비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교훈으로 알려주고 있다. 우리와 달리 핵사고시 주민대피 구역을 5,10,20,30km까지 다양하게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일본의 경우에도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비상계획구역 자체가 매우 협소하고, 그 대비책 역시 부실하여 핵사고에 충분히 대처할 수 없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안전은 “절대 문제없다”는 근거없는 확신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준비를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핵발전소의 안전을 화보하고 핵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보듯, 한번 일어나는 핵사고는 인류의 힘으로 막기 힘들다. 광범위한 지역에 확산된 방사능을 제거한 기술도 없으며, 다수의 피폭자들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인류의 현실이다. 따라서 가운데 진정으로 핵발전소로부터 안전해 지기 위해서는 탈핵 즉 핵발전소에서 벗어나는 길이 최선의 길이다. 이미 서구 유럽국가들이 실험에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노후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 많은 국가들이 탈핵에 동참하고 있으며 이제 일본이 뒤늦게 첫 출발점에 서 있다. 사고를 당하기 전에 미리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방재대책이라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행동이다. 지금은 이 상식적인 행동에 우리나라도 동참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국민적 관심과 요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후쿠시마 사람들.
지난 4월 당시 일본 총리였던 간 총리는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난 대피지역에 앞으로 10~20년간 사람이 살수 없을지 모른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가 해당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산적이 있었다. 당시 간총리는 후쿠시마 핵사고 대피지역에 당분한 사람이 살수 없을 것이며, 이것이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겠다며, 그런 분들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에코타운 같은 도시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에 대해 이다테마을을 비롯 피난 중인 인근 지역주민들은 “국가가 최대한 빨리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정치가의 역할”이라며 총리 발언을 강력히 성토했다.
 과거 핵사고가 일어났던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는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근 30km 이내 지역이 거주 금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70~80km 떨어진 곳에 다른 도시를 건설하여 이주정책을 폈던 것을 생각할 때 간 총리의 발언은 매우 당연한 발언일 수 있다. 그러나 지역에 대한 애착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간 총리의 발언은 지역주민들의 감정을 거드렸던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간 총리는 말을 전달했던 사람이 잘못 전달한 것이라며 발언을 부인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4개월이 흐른 8월, 간 총리는 퇴임을 앞두고 “방사능 물질을 제거해도 주민들이 장기간에 걸쳐 거주하거나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지역이 돼버릴 개연성도 부정할 수 없다”며 후쿠시마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시간이 흐르기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지역주민들이 마음에도 변함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사능의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Posted by 주간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