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지난 9월 2째주 주간경향 추석특집호에 실렸습니다.

“일주일에 5일은 차에서 자죠” 
  
윤춘호<공공운수연맹 선전국장>

10분이면 된다던 상차 작업이 하염없다. 오전 8시 반부터 기흥에 있는 화주 공장에 차를 대기시켜 놓았는데 10시 30분이 지났지만 소식이 없다.
“제가 오늘 부산 갔다가 바로 올라와야 하거든요. 이걸 우리끼리는 ‘탕탕’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거의 잠을 못자고 새벽까지 운전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체되면 답답하죠”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장정훈씨(37)는 수도권과 부산을 왕복하는 트레일러 화물 노동자다. 보통 1박 2일 동안 한 건을 운송하는데 이걸 한 ‘탕’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니까 그날 밤에 다시 올라오는 이른바 ‘탕탕’을 하게 된다. 오늘이 바로 그날인 것이다. 
드디어 기흥에서 11시에 컨테이너를 싣고 부산신항을 향해 출발한다. 대형 컨테이너를 싣고 다니는 츄레라는 25톤이 넘는다. 차가 크다 보니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바꾸는 것 보다는 한 차선으로 가는 것이 편하다. 

“아무래도 차가 크니까 작은 차들이 위협적으로 느낄 때가 많을 거예요. 가급적이면 차선을 안 바꾸려 해요” 
햇살이 따뜻하다. 보통 기흥에서 부산까지는 6시간 정도 걸린다. 그 긴시간 동안 운전의 피로와 지루함을 달래줄 친구는 TRS(주파수공용통신 무전기)다. 
“이게 친구죠. TRS로 같은 일 하는 사람들하고 얘기하고 혹시 밤에 같은 곳에 있으면 술 약속도 잡고, 안부도 묻고 그러죠”

장 씨는 TRS로 아는 사람이 득남을 했다는 얘기를 듣자 다시 이를 TRS로 퍼뜨렸다. 오후 1시 점심을 먹기 위해 휴게소로 향했다. 휴게소에 들르자 주차 관리를 하시는 분이 화물차를 주차장 한 쪽 구석으로 유도한다. 그 중간에 대형 버스 주차장은 텅텅 비었지만 화물 트럭은 차를 세울 수 없다.  
“우리는 주차도 제일 구석에다 해요. 버스 주차장이 아무리 텅텅 비어 있어도 우린 안돼요. 버스는 돈이 되고 우린 안되니까...”

그래도 휴게소는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시내로 들어설 경우 주차할 곳이 없어서 식당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이제 나른해지는 오후다. 평일 오후에는 고속도로도 한산하다. 졸음이 쏟아지는 시각이다. 앞에 1.5톤 트럭이 갈짓자 행보를 한다. 경적을 크게 두세번 울린다. 빵. 빠앙. 빵.
“졸음 운전이에요. 이럴 땐 뒤에 차가 깨워줘야 해요.”
아니나 다를까 졸음 운전 하던 트럭이 이제야 똑바로 방향을 잡는다. 한 손을 창 밖으로 내밀어 흔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장씨는 2005년부터 화물연대 조합원이 됐다. 그 전까지는 화물 ‘기사’였지만 조합원이 된 후에는 화물 ‘노동자’가 됐다. 화물연대 스티커는 차량 앞 유리 전면과 측면, 그리고 차 후면까지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붙여놨다. 이 화물연대 스티커의 힘은 컸다.
전씨는 “공장을 가더라도 예전에는 왠지 주눅이 들었는데 화물연대 스티커를 붙이고 나서는 안그러더라구요” 이라고 말했다. 내 뒤에는 화물연대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드니까 어느 곳을 가더라도 당당해진다고 했다.  
오후 5시 부산에 들어섰다. 새로 지어진 부산신항은 자동화가 이뤄졌다. 입구에서 하차할 곳을 안내해주는 표를 받아 주차를 했다. 순식간에 대형 기중기가 이동해와 차에서 컨테이너를 들어올렸다. 
이제 서울로 향할 물건을 상차하기 위해 예전 부산항으로 갈 차례다. 그런데 서울행 코스가 맞지 않는다. 올라갈 컨테이너는 소형 2개. 하나는 포천이고 하나는 파주다. 내일 새벽 4시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포천을 지나 파주를 가는 코스가 만만치 앉다. 
이렇게 올라가게 되면 새벽녘에 수도권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집에 들를 시간도 없이 아침에 다시 부산으로 출발한다.
“5일 동안은 집에 못들어간다고 봐야죠. 집 근처에 가도 집에 갈 엄두가 안나요.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차안에서 자는 게 나으니까요.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있나요?”

지난 2008년 촛불 집회 이후 화물연대 파업은 국민지지 1호 파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파업이 이렇게 여론의 지지를 받자 정부와 한나라당은 화물연대와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한다. 
화물연대는 17일 서울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표준운임제 시행을 촉구할 방침이다. 
   

*표준운임제는 운송원가를 반영한 운임의 최저기준을 정부가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당사자들이 시장운임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운임제도이다.
* 이 글은 꼼꼼 32호 (2010. 5.13일자)에 실렸다. 

Posted by 주간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