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지난 9월 2째주 주간경향 추석특집호에 실렸습니다.


소액후원 교사 징계 정당한가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지난 7월 29일 검찰은 1365명의 교사를 무더기 기소했다.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기소 사유는 정당 후원이다. 기소된 대부분의 교사는 5000원~1만원 정도의 소액을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 후원했다. 8월 말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이들에 대한 징계방침을 내렸다. 소액 정당 후원으로 기소된 1365명 가운데 징계시효가 지난 교사들은 행정처분하고, 징계시효가 지나지 않은 36명의 교사들은 중징계한다는 내용이다.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교사·공무원을 무더기 기소하고 교육과학부는 검찰의 기소를 근거로 시·도 교육청에 교사들의 징계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5월에도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83명의 교사를 기소했다. 교과부는 재판부의 1심 판결이 내려지기 전인 2010년 말 이미 137명의 교사에게 해임, 정직, 감봉 등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전교조 측은 이번 검찰의 무더기 기소를 “1심 판결에서 사실상 법원이 무죄취지를 내린 데 대한 검찰의 불복”이며 “2심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과 교사 양측 모두 항소한 상태다. 
 1월 26일 내려진 1심 재판 결과, 기소된 교사 대부분이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정당 가입으로 정당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에는 면소 및 무죄가 선고됐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교직이나 공직을 떠나야 하는데 법원이 이들에게 부과한 벌금은 30만~50만원에 그쳤다. 하지만 당시 교과부는 기소된 교사들에 대한 징계는 원칙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측은 이번 교과부의 징계방침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강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변호인단은 교과부의 징계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가 징계의 부당성이다. 재판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교사 및 공무원의 정당 가입은 면소 및 무죄로 판결이 났다. 일부 시·도 교육청에서 교사들에게 내린 징계는 주로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 위반을 사유로 한 것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판결된 정당 후원비는 징계의 부차적인 사유였다. 1심 재판을 담당했던 권영국 변호사는 “주된 사유가 무죄·면소됐다면 적어도 이 사유에 대한 징계사유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제기됐다. 징계는 사실과 증거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교과부의 징계 결정은 확정되지 않은 검사의 주장만을 근거로 결정됐다. 당시 변호인단은 “검찰 일방의 기소내용만으로 시·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부화뇌동한 것”이라며 “징계위가 적법절차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징계위원회가 재량권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인정 절차와 법률판단 절차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없었기 때문에 징계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기소내용만 보고 징계를 내린 것은 ‘억울하면 법원에 가서 다투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자기 스스로의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판단의 전문성도 문제가 됐다. 형사판결과 징계결정은 절차 자체가 다르다. 징계는 처벌이 목적이고 형사판결은 사법처리가 목적이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별도의 절차다. 그러나 징계사유가 위법행위 여부에 대한 것이라면 법률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징계위원회는 독립된 기관이지만 법률적 전문성이 없다. 권 변호사는 징계위원회가 “정당법·국가공무원법 위반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법원의 판단 결과를 보고 징계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법률적 전문성 없이 검찰의 결과에만 기대 징계를 내린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위의 문제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개별적으로 징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징계 기준 및 처분이 제각각 다르다. 예를 들어 한 시·도교육청은 정직을 기준으로 시국선언 전력이 보태지면 해임 결정을 내린다. 다른 시·도교육청은 해임을 기준으로, 표창·수상 경력이 있으면 징계 수위를 낮춰준다. 동일한 사항에 대해서 서로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것이다. 전교조에 따르면 서울, 경기, 강원, 전북, 전남, 광주의 교육청에서는 징계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다. 전교조 조합원이자 전직 교사인 송대헌씨는 “검찰의 무더기 기소와 같은 전국적 사안에서 형평성 문제는 징계 취소·변경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송대헌씨는 “일단 징계를 하고 보자”는 교육청의 정치적 판단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청과 정부당국이 심사숙고해서 내려야 하는 결정을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 마구잡이로 하다보니 소모적인 분쟁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송씨는 “지난 일제고사 때도 그랬듯 징계·소청·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결국 상처입고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과 교사”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교조 임정훈 대변인은 “세계적인 흐름을 봐도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보장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시대 상황하고 맞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법률개정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UN인권이사회 총회는 대한민국 정부에 교사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현재 OECD 국가들 중 영국·미국·일본에서는 공무원의 특정 정치활동에 대한 법적 제한 규정은 두고 있지만, 정당 가입은 허용하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정당 가입만이 아니라 기타 정치활동에 대해서도 따로이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시대적인 흐름이라는 게 전교조 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야당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주장하는 입법청원운동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교사·공무원의 정치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헌법 제 8조 1항에 보장된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정치기본권 제한과 관련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은 개인의 정당가입과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법률안을 제출한 상태로 이 법안은 현재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Posted by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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