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최규하 전 대통령입니다. 최 전 대통령은 전두환씨가 구속되자마자 전씨 측에 '5·18 재판은 인권침해'라는 취지의 문건을 전달했습니다.

 이 문건에서 최 전 대통령은 세계인권선언 등을 거론하며 전씨를 옹호했습니다.

 최 전 대통령은 전두환씨와의 관계에 대해 끝내 입을 열지 않은 채로 2006년 사망했습니다. 전씨가 직접 증언하지 않는 한, 두 사람의 관계는 영영 역사 속의 미궁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아래는 <주간경향>의 전신인 <뉴스메이커> 217호에 실린 기사 내용입니다.


최규하 "5·18 재판은 인권침해"

조은희 기자

 1996년 11월 14일 12·12 및 5·18 공판에 강제구인된 최규하 전 대통령이 끝내 증언을 거부한 것은 5·18 특별법 재판 자체가 부당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최 전 대통령은 이러한 자신의 인식이 전달될 수 있는 '문건'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마자 연희동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뉴스메이커>에 의해 최초로 밝혀졌다.

 최 전 대통령은 5·18 재판이 정치적 논리나 법률 이전이 인간의 기본인권을 침해하는 문제라는 점을 증명할 만한 자료를 일부러 찾아 1993년 초 연희동측에 전달한 것이다. 

 최 전 대통령은 당시 공판에 나와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에 행했던 국정행위에 대해 법정 증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증언을 거부했으나 내막적으로는 소급입법인 5·18 특별법에 대한 불만 때문에 입을 다물었다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재판 초기부터 최 전 대통령이 증언대에 서더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을 것을 미리 알고 재판에 임했던 셈이다.

 최 전 대통령이 연희동에 전달한 문건은 1948년 유엔총회에서 결의된 세계인권선언 11조 1, 2항과 유엔결의에 의해 1976년 발효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4조 1항에서 6항을 요약한 것이다. 이 요약문에는 최 전 대통령 측근이 쓴 것으로 보이는 설명도 적혀 있다.

 최 전 대통령은 문건 전달은 물론 연희동 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을 자택으로 불러 자신의 이러한 입장을 전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전 대통령은 이 문건을 전달하면서 특히 세계인권선언 11조 2항의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범행 당시 국내법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형법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행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형법상으로 정지되지 못한다. 그리고 범행당시 적용할 수 있는 형벌보다 중한 벌을 과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강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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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간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