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일 경향신문의 신입 기자를 뽑는 시험이 치러졌습니다. 시험 감독관으로 이날 고사장에 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시험장에서 감독관 노릇을 했습니다.

2011년 경향신문 신입기자 필기시험 현장 / 강윤중 기자



올해 경향신문은 서류 심사 없이 응시자들이 모두 필기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반면 지난해에는 서류 전형으로 전체 지원자 중 20% 정도에게만 필기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습니다. 장소 섭외, 시험을 치르는 비용 등이 이 같은 서류 전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됩니다. 지난해 서류 전형 후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특집으로 고용난민 시리즈까지 보도한 경향이 대다수 지원자에게 필기시험 기회마저 안 준다는 것이 말이 되나?” “진보적인 언론에서 이럴 수 있느냐?”

올해는 경향신문이 ‘큰맘을 먹고’ 서류 심사를 없앴습니다. 하지만 시험장에서 느끼는 현장 분위기는 지난해와 사뭇 달랐습니다. 응시해놓고 현장에 오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고, 시험 도중 잠을 자는 응시자도 있었습니다. 그냥 한번 시험을 치러 온 듯한 느낌이 드는 응시자도 있었습니다. 어떤 응시자는 필기도구를 들고 오지 않았다고 감독관에게 호소했습니다.

서류 전형 후에 필기시험을 치르는 것은 많은 점에서 효율적입니다.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렇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신문사는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학벌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스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험을 칠 기회조차 박탈당한다면 그만큼 억울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진보적인 언론에서 이럴 수 있느냐’는 이야기가 귓가에서 지워지지 않고 메아리처럼 들리는 이유입니다. 시험 감독관으로 서 있으면서 ‘민주주의도 그렇지만 진보의 길도 이렇게 불편하지만 참아야 할 것도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사퇴 논란과 관련해 진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곽 교육감의 즉각 사퇴를 주장하는 쪽은 상대 단일화 후보에게 선의로 2억원을 건넨 사실만으로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대쪽은 제대로 확인된 것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며 검찰과 보수언론에 부화뇌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곽 교육감이 만약 보수 쪽의 인물이라면 이 정도 사건만으로 사퇴 여론이 비등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강용석 의원의 출당이나 의원직 제명안 부결 과정을 볼 때 보수의 도덕적 기준은 진보보다 후한 듯 보입니다.

사실 도덕성은 보수나 진보나 모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미덕입니다. 유독 진보에 도덕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반 국민들이 진보의 도덕성에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보 세력에 대한 도덕성 강조에 화낼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때이른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추석은 보수 쪽이나 진보 쪽이나 모두에게 축제입니다. 둥그런 달을 보며 그동안 각진 마음이 모두 둥글둥글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십시오.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

Posted by 주간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