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임산부의 날을 맞은 2007년 10월 10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함께 낳아요! 대한민국’ 행사에서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엄마들이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이 행사는 보건복지부와 대한산부인과학회가 공동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열었다. / 강윤중 기자


정책의제 넷 |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책

백선희<서울신학대 교수·사회복지학>

한국의 출산율은 OCED 국가 중 최하위이다. 2009년 OECD 국가의 평균 합계 출산율은 1.74명이었는데, 우리나라는 1.15명에 불과하였다. 대표적인 저출산국가로 알려져 있는 일본도 1.37명이다.

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2.1명의 출산율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 학자가 대한민국은 저출산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는 인구 규모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서면 고령화사회, 14%가 넘어서면 고령사회, 20%가 넘어서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다. 초고령사회로 가기까지 불과 26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프랑스가 154년, 영국이 99년, 미국이 90년, 일본이 35년 걸린다는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국가이다.

저출산 영향으로 노인인구 비중 높아져

노인인구 비중이 높아지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우선 과학기술, 의학, 산업의 발달 등으로 인해 인간의 평균수명 자체가 길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저출산 경향으로 인구 재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작은 면적에 5000만명의 인구는 너무 많다. 인구밀집이 높으면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혹자들은 저출산 경향을 크게 걱정하지 말자고 한다. 쾌적한 삶을 살기 위해 약 3000만명 선으로 줄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우리나라가 처음부터 3000만명 수준이었다면, 그러한 규모의 인구 재생산이 문제없다면, 몇몇 국가들처럼 인구 고령화가 100여년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면 괜찮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 가지 측면 모두에서 상반된다. 5000만명 수준에서 줄어드는 것이고, 인구 재생산에 빨간불이 켜졌고, 인구 고령화가 초고속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국가적 대책 없이는 우리는 이러한 인구구조가 만들어내는 재앙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현재와 같은 추세로 지속된다면, 절대 인구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로 인해 생산인구의 비중이 크게 감소하면서 국가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다. 또한 일하지 않는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젊은 세대의 노인부양 부담이 증가하는 동시에 세대간 갈등이 유발될 것이다. 노인의 빈곤, 의료, 복지와 관련된 사회보장 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국가 사회보장재정 부담과 일하는 세대의 사회보험료 부담도 가중될 것이고, 연금제도와 같은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재정건전성의 문제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로 국가경쟁력 약화

이러한 재앙을 피하기 위한 방법은 생산인구를 증가시키고, 국부를 증대시키고, 사회보장을 정비하고, 안정적인 인구재생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중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인구재생산 구조, 즉 출산율을 제고시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 또한 저출산-고령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하여 범정부적·범사회적 문제인식과 대책 마련, 실천이 중요해진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는 2026년까지 불과 13년밖에 남지 않았다. 13년 안에 국가 정책을 연착륙시키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외국처럼 50년, 100년에 걸쳐 제도를 구축해 가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너무 급하다. 정책의 딜레마이다. 2000년 이후 저출산-고령화가 중요한 국가 어젠다로 설정되었고 대책 마련을 위해 관련법을 제정하고 국가계획을 마련하여 추진해 왔으나, 최근 몇 년간 그와 같은 노력이 주춤했었다. 다시 뛰어야 할 때이다.

먼저,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노인세대의 인간다운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보장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는 한편, 노인을 위한 일자리도 창출해야 한다. 노인세대를 위한 사회보장의 핵심은 소득보장, 건강보장, 정서적 안정과 여가생활보장 등이 될 것이다. 소득보장을 위해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보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건강한 노후가 길어지므로 어르신을 위한 일자리 창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건강보장을 위해 의료비 지출에 대한 부담을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도 강조되어야 하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요양서비스도 지금보다 확대되어야한다. 

어르신의 고독도 이 세대들의 중요한 문제의 하나인 만큼 정서적 안정과 즐거운 여가생활을 위한 노인복지기관과 같은 인프라와 사업이 마련되어야 한다. 노인세대의 절대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노인을 복지급여의 대상자로 한정하지 말고, 복지의 생산자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같이 고려되었으면 한다. 자원봉사자로, 경제활동자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어르신들에게는 그러한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 지원대책 적극적 시행을

저출산 문제 해결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절체절명의 사회위기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미리 강조하고 시작하고 싶은 것은 그렇다고 여성을 인구재생산의 도구로, 아이를 미래 노동력의 도구로, 고령사회 위기를 극복하는 도구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성과 아이들 그 자체의 삶과 행복도 존중받아야 한다. 여성과 남성, 아동세대와 청년세대와 노인세대의 조화로운 삶 속에서 저출산-고령사회 극복의 혜안을 찾아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중요한 욕구 중의 하나는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이다. 일하고자 하는 여성에게 생산노동과 가사노동의 이중노동의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전통적 시각에서 여성의 역할로 여겨져 왔던 아이와 노인에 대한 돌봄노동을 사회와 남성과 분담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가족의 재생산 관점에서가 아니라 국가의 재생산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임신과 출산 지원대책은 다양해졌고 국가 예산도 증가하였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 특히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낙태와 해외입양으로 사라져가는 어린 생명들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혼모 중에는 사회적 낙인과 지원이 미흡하여 낙태를 하거나 해외입양을 시키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인프라와 지원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무상보육, 무상유아교육을 하고 있지만 대개 민간 어린이집과 사립 유치원에 의해 제공되면서 공공성이 약하다는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또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의 특별활동이라는 영·유아 사교육은 가구에 비용부담을 가중시키고, 영·유아에게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은 5%대로 스웨덴, 프랑스, 일본 등에서 50~90%인 것과 비교하면 너무 열악하다. 무상보육과 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국·공립 어린이집이 최소 30%는 되어야 한다. 또한 영·유아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재가 영·유아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와 서비스도 개발되어야 한다.

곧 새로운 국회가 시작되고 새로운 정부가 시작될 것이다. 이들의 임기는 4~5년이지만 그들의 활동은 저출산-고령화 위기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어야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기 국회와 차기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 문제를 중요한 국가 어젠다로 설정하고 정부와 의회가 협력하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 <한국사회를 바꾸자> 20개 정책의제 전체읽기

Posted by 주간경향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