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들이 거대한 콘크리트 숲을 이루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정책의제 둘 | 주거복지 강화

이태경<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2013년 체제에 걸맞은 주거복지정책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적어도 주거 극빈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아파트를 지금보다 대거 늘리자는 수준의 정책을 2013년 체제에 부응하는 주거복지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정책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부동산 정책 분야는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관점과 처방이 절실히 필요한 영역이다. 부동산 정책 분야 가운데 특히 주거복지 분야는 수요정책, 공급정책, 금융정책 등의 부동산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비로소 정책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모든 국민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주거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철학이 먼저 정립되어야 한다. 그 철학의 구체적인 내용은 주거권에 대한 재인식과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리이다. 안락한 주거에 머무를 수 있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 권리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는 말이다.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주거권은 최근 들어 부쩍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기본권의 일종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편 주거권을 평등지권(平等地權)의 다른 이름으로 명명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평등지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연(토지)을 이용하고 편익을 누릴 권리를 평등하게 가지고 있다는 사상으로서 주거복지의 강력한 사상적 근거로 기능한다.

주거권 재인식·부동산 개념 정립 필요

또한 ‘주거복지’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다르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익히 알다시피 지난 40년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이데올로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동산 불패신화이다. 그리고 부동산 불패신화 속에서 부동산은 경기부양의 주요한 수단으로, 건설업은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 국민 주거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을 통한 성장을 포기하고 과잉성장한 건설업을 연착륙시키는 정치적 결단이 필수적이다. 그 대신 부동산 정책을 주거안정과 주거복지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주거복지’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 패키지가 필요한가? 주거복지라는 정책 목표는 부동산에 관련된 거의 모든 정책들이 망라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달성될 수 있다. 즉 수요정책, 공급정책, 금융정책, 미시적 주거복지정책 등이 적절히 배합되어야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주거복지는 기본적으로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고 시장질서가 바로잡힐 때 실현가능한 정책 목표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치솟고 투기가 기승을 부리며 시장질서가 완전히 교란된 부동산시장에서 주거복지를 기대하는 건 난망이다.

공공임대주택 확대·임대료 상승 제한

따라서 보유세와 양도세, 개발이익환수제 등의 정책수단들을 통해 시장을 실수요 위주로 재편하며, 토지공공임대제 및 환매조건부 방식의 주택공급방식을 기본으로 삼고 필요한 경우 분양가 상한제 등의 가격통제장치를 사용하며, LTV 및 DTI 등을 통해 부동산과 연계된 금융을 적절히 관리하는 등의 정책 조합은 주거복지를 달성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의미를 가진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주거복지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반은 부동산시장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를 적절하게 그리고 적시에 도입해 일관성 있게 집행하는 것이다. 주거복지라는 집을 지을 수 있는 토대가 취약한 상태에서 주거복지를 부르짖는 것은 허망하기 이를 데 없는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주거복지를 성취하기 위한 기본 철학이 제대로 정립되었고, 수요정책·공급정책·금융정책 등의 정책 패키지를 통해 부동산시장이 안정된 상태라면 주거복지를 위한 미시적 정책들을 도입해 과감히 실행할 차례다.

새 주거복지 레짐의 구현을 위하여

현재까지 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미시적 주거복지 대책들을 살펴보면 대강 다음과 같다. (김수현·‘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주택정책 토론회’ 발제문·2011·인용)

1. 현재 4.3%에 불과한 장기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 비율을 2018년까지 10%, 장기적으로 15%까지 늘린다.

2. 민간임대주택 거주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장기로 계약하고 임대료 상승률의 제한을 받는 계약임대주택을 도입하여 5%까지 확대한다. 또 2013년부터 임대료 보조제도 시범사업에 착수하며, 이후 재정적 여건을 감안하면서 적극적으로 확대한다.

3. 임대용으로 사용하는 모든 주택을 임대전용주택으로 등록토록 하여 임대차시장을 근대화하고, 등록된 민간임대주택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되 임대사업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제도도 병행한다.

4. 현행 뉴타운·재개발사업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대안적 공공지원형 도시재생사업 모형을 개발하고 확대한다.

5. 주거복지와 도시재생사업 예산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도시재생사업을 전담하는 범부처 기구를 설치한다.

6. 주택정책의 지방화를 확대하고 LH(대한토지주택공사) 등을 주거복지 전담기관으로 육성한다.

이 밖에도 임대시장에 충격을 크게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시적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고, 토지공공임대제와 환매조건부를 결합한 주택을 중산층을 위한 주거복지 대책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체제에 부응하는 주거복지 레짐은 기존 저소득층 위주의 협애한 주거복지를 훨씬 뛰어넘는다. 새로운 주거복지 레짐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인간적 존엄을 주거에도 관철시킬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주거복지 레짐은 올바른 주거복지 철학, 적절히 설계되고 집행된 부동산 정책 패키지를 통한 부동산시장 안정, 시장과 공공이 조화된 미시적 주거복지 정책이 한데 어우러져야 정착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다듬을 대목이 적지 않겠지만, 주거복지에 관한 담론과 정책들은 꽤 숙성되었고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지금보다 중요한 것은 기왕에 축적된 주거복지 레짐을 어떻게 제도화하고 입법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새로운 주거복지 레짐의 제도화를 위한 시민사회 내의 조직화와 정치참여가 절실하다. 대선이 코앞이다.

- <한국사회를 바꾸자> 20개 정책의제 전체읽기

Posted by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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