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교 취업정보 게시판 앞에서 한 학생이 취업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정책의제 하나 | 청년실업 해소

김성희<고려대 연구교수·경제학>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7.6%로 전체 실업률 3.4%보다 높지만, 두자릿수 청년실업률로 고심하고 있는 서구 국가들보다 낮다. 그러나 실질실업 또는 잠재실업 상태에 있는 청년의 숫자를 합하면 청년실업률은 20%를 훌쩍 넘는다. 서구 국가들보다 현저히 낮은 청년고용률은 그 반영이다.

숨어 있는 실업자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질실업자라는 개념을 활용해야 한다. 공식 실업자 외에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에 18시간 미만 불완전 취업자를 합한 비율로 실질실업률을 집계하면, 전체 실업률은 9.1%, 청년층은 27.1%(129만3000명)에 달한다. 여기에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다’고 응답했으나 취업의사가 있는 숫자를 더해서 파악하면, 청년층 실질실업자는 32.8%(156만7000명)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유휴노동력을 파악하는 지표인 15~24세 사이의 니트족(NEET·취업 안 하고, 학교도 안 다니고, 직업훈련도 안 받는 층으로 실질실업의 한 개념)의 규모가 한국은 11.7%로 OECD 평균인 12.0%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의 특수성(군입대)을 감안해서 15~29세 연령대로 보면 니트족 비율은 17%로 OECD 평균을 넘어선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1998년 경제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다가 2002년 이후 정체기를 거쳐 2005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45% 수준에서 40%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는 주로 대졸 실업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고졸 실업의 문제 또한 그만큼 심각하다. 우리나라 고졸 실업률은 대졸 실업률을 능가한다. 전체 인구에서 대졸 이상 실업률은 3.2%이며, 고졸 실업률은 4.0%이다. 청년층인 15∼29세 인구로 볼 때, 대졸 이상 실업률은 6.8%인 데 비해 고졸 실업률은 8.6%이다. 무엇보다도 고졸자들은 서비스직의 비정규직 일자리 말고 마땅한 직업을 찾기 어려운 직업전망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제시하는 고졸자 취업대책은 대학 진학률을 낮추고,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강력히 실시하는 등 공급측면과 청년의 책임만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대기업·공공부문 고졸 공채 독려는 숫자가 적을 뿐만 아니라 관료적이며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이다.

대졸뿐 아니라 고졸 실업문제도 심각

문제의 핵심은 고졸 임금을 100으로 할 때 대졸 임금이 160에 이르러 OECD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학력별 임금 격차가 있다는 점이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설계할 직업 근처에도 갈 수 없다. 최근에 학력별 임금 격차가 낮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하향평준화로서 청년층 고용시장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현실을 반영할 뿐이다.

일반적으로 청년실업 대책은 ‘①학교에서 직장으로 ②학교에서 학교로 ③학교에서 직업훈련으로 ④직업훈련에서 직장으로 ⑤직장에서 학교로 ⑥직장에서 직장으로 ⑦학교에서 실업이나 NEET로의 이동으로 나눌 수 있다.

현실에서 가장 잘 작동하는 청년실업 대책은 고학력화를 동반한 ‘학교에서 학교로’이다. 급격하게 높아진 대학진학률은 많은 잠재 실업자를 흡수했다. 과열 교육열이나 학력에 대한 집착이란 한국의 특수성도 크게 작용했다. 지식화·정보화의 요구에 부응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진단도 있다. 그러나 OECD 국가들에서 전반적으로 진행된 급격한 고학력화는 각국 정부가 실업대책의 우회적 수단으로 대학 진학을 활용했다는 혐의가 짙다.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졸 이하 직종과 대졸 직종 간 임금 격차 축소와 기능직·서비스직·노무직 등 중간학력 직종의 직업 전망 제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불필요한 고학력화는 개인이나 사회의 낭비이며, 모두가 전문직이나 관리직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직종 차이가 신분 차이처럼 작동한다면 이런 낭비는 지속되고 확대될 수밖에 없다. 대졸 실업을 해결하는 정직한 방법은 대학 진학률을 정상 수준으로 낮추는 것인데, 그러자면 중등교육에 맞는 직업이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학력차별 해소는 대졸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대학교육정책은 이런 정책기조가 마련될 때만 정상궤도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학력·직종 간 임금격차 축소해야

또한 고용보험체계를 통해 보호하지 않고 유휴인력으로 방치하거나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현행 체계를 바꾸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고용 경험이 없는 청년층에게도 고용보호망이 적용되는 실업부조 제도를 도입하거나 실업보험을 이들까지 포괄하도록 확충해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직장으로’를 실현하거나 유도하는 정책이 가장 바람직하다. 청년인턴 등 한시적 일자리로 미봉하는 대책은 긴급구호이지 실업대책이 아니다. 벨기에 로제타플랜을 적용한 청년실업의무고용제와 같은 제도가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직장에서 직장으로’의 이동은 청년실업자도 많지만 청년 신규 취업자의 90%가량이 절반의 임금과 고용불안정이 특징인 비정규직으로 취업한다는 점에서 청년 취업의 직업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는 해법으로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과도한 비정규직 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정규직화 방안과 연동해 ‘어렵사리 취업해도 전망이 없는’ 청년층의 현실을 해결해야 한다.

청년의무고용제 시행 견인장치 필요

청년의무고용제 도입에서는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청년의무고용은 청년실업해소특별법에도 도입되어 있고, 민주통합당의 경우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무고용을 권고하고 유도하는 정책으로는 현재까지의 정책 실패를 반복할 뿐이다. 의무고용을 하지 않는 기업에 벌칙을 주고, 이를 재원으로 의무고용 기업에 더 강력한 지원을 구사하는 견인장치가 필요하다.

청년의무고용제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청년의 80% 이상은 중소기업에 취업한다. 그럼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2010년 기준 500인 이상 기업 대 10∼30인 고용 기업 간 임금 격차는 100대 59)가 벌어지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취직은 미래 전망을 세우기 힘든 일자리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 청년의무고용은 일부의 혜택에 그칠 뿐 파급력은 제한적이다. 벨기에 로제타플랜은 광범위한 중소기업에 부가혜택을 설계해 참여도를 높였다. 우리의 경우 재벌도 문제지만 중소기업도 낮은 임금과 가부장적 기업문화, 비생산적 일자리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혁신적이고, 생산적이며,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의무고용제를 확대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특정계층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방치하면 전체적인 하향평준화가 발생한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여성의 차별은 남성 비정규직으로 전이되고 확대된다. 청년의 고용불안은 전반적 고용불안으로 증폭된다. 저학력 청년의 고용이 불안하면 대졸 청년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소득보조와 지원, 장기적 전망이 있는 안정적 일자리 창출, 기업에 고용 책임성을 부여하는 유인책과 견인책의 조화가 필요하다. 정규직 전환 정책,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포괄적 고용정책과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노동시장의 구조변동을 유도하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청년실업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으로 ‘청년실업 의무고용제를 100인 이상 기업 5%에 적용’, ‘사회연대형 고용창출형 실제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온전한 정규직화 전환계획’, ‘실업부조제도의 도입과 실업보험제로의 전환’ 등 네 가지 정책조합을 제안한다. 실업은 개인의 일시적 병리현상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악이며 공동의 책임이다. 우리 사회도 청년에겐 일할 의무만이 아니라 일할 권리도 있다는 인식을 청년의무고용제를 통해 체계적으로 실천해볼 필요가 있다.

- <한국사회를 바꾸자> 20개 정책의제 전체읽기

Posted by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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