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당사에서 만난 하승수 사무처장 / 백철 기자


비례대표 정당투표 11번을 부여받은 녹색당은 탈핵·농업·생명을 중심가치로 내걸고 총선에 임하고 있다. 구체적인 핵심정책으로는 고리원전 1호기 폐쇄, 2030년까지 핵발전소 완전 폐쇄 등이 있다.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2명, 비례대표 3명의 후보를 냈다. 지역구 후보들은 고리 1호기가 위치한 부산 해운대·기장을과 신규 핵발전소 부지인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에 출마했다.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44)은 “지역구 2명, 비례대표 3명 당선이 목표다. 괜히 후보를 많이 내는 것보다 정확하게 우리가 필요한 만큼만 후보를 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하 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3월 28일)

* (질문) 하 사무처장은 주간경향 필진이기도 하다. 오늘은 하 사무처장으로부터 녹색당의 총선 전략을 들어보겠다. 녹색당의 총선 공약 중에 중심적인 것이 2030년 탈핵이다.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고리1호 핵발전소 폐지가 주요 공약으로 나왔다. 그런데 핵발전소 폐기는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에서도 강령과 정책으로 주장하는 바다. 차라리 기존 진보정당에서 녹색후보를 내는 것이 좀더 실질적으로 녹색가치를 구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 : 핵발전 문제는 녹색당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다. 한국의 반핵운동 역사가 20년이고, 기존 정당의 정책을 바꾸기 위해 계속 시도를 해왔다. 20년동안 기존 정당에 압력을 줘서 변화를 이끌어내려 했는데 결국 되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은 핵발전에 특별한 관심이 없고, 찬핵인사가 후보로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의 경우 정책 우선순위에서 녹색가치의 문제는 뒷순위고, 사실 관심이 없다고 봐야 한다. 핵발전 문제는 굉장히 복잡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고 2030년 탈핵을 말해야 된다. 그런데 (민주당은) 당장의 권력에 관심이 있지 핵발전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관심도 고민도 없다.

기존 진보정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노동당이 처음 국회에 진입을 하자마자 집권 이야기를 했다. 그 이후 민노당의 행보를 보면 정책보다는 집권, 가치와 정책보다는 현실 권력을 중시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현실권력에 집중하는 순간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과제들은 뒤로 밀리게 된다. 당장 표에 도움이 되냐 아니냐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도 핵발전 폐기 강령이 있는데 너무 평가가 박한 것 아닌가?

하 : 물론 두 당에서 탈핵을 상당히 중요하게 말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개인적으로는 녹색당 창당의 영향도 있었기 때문에 예전보다 중요한 정책으로 본다고 생각한다. 유럽 녹색당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독일의 사민당이나 프랑스의 사회당은 그동안 핵발전에 찬성해 왔다. 그러나 녹색당이 생기고 문제제기를 하고, 영향력이 커지는 과정에서 독일 사민당과 프랑스 사회당도 핵발전소 폐기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녹색당이라는 가치정당이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지방자치 도시에서 대안을 만드는 노력을 하다보니까 기존정당의 정책이 바뀌는 효과가 있다. 한국에서도 녹색당의 영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

* 한국은 총선에서 지역구가 중심이고, 지역구 선거는 소선거구제로 치러진다.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도 지역구 돌파는 굉장히 어렵다. 게다가 총선에서 2%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선거법상 등록이 취소된다. 진보정당 내의 녹색정치 분파로 활동하는 것은 아예 고려사항이 아니었나? 특히 진보신당의 경우 '생태'를 4대 가치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하 : 한국에서 핵발전소 확대, 한미FTA와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근본적 원인을 짚어야 한다. 핵발전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농업을 FTA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폐기시키려는 움직임의 바탕에는 성장주의가 있다. 성장이 최고의 가치라는 점에 대해 어느 당도 근본적인 성찰을 하지 않았다. 2004년에 진보가 처음으로 원내에 진입했고, 가치나 정책보다 집권과 권력에 집중했다. 2007년에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후보가 서민소득을 매년 7% 올리겠다는 공약을 했다. 성장주의와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기존 진보세력이 성장주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없었다는 한계가 있었고, 이런 성찰 없이 녹색가치 실현은 불가능하다. (녹색당이 왜 독자적인 정당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

* 성장주의에 대한 비판을 조금 자세히 말해 달라.

하 : 성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진보는 절대로 핵발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농업을 회생시킬 수 없다. 경제성장이 최고의 가치라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에 성장을 위해서는 환경을 파괴할 수도 있고 농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거다.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과 노무현 정부는 분명히 성장주의 기조를 갖고 있다. 양극화가 심해졌고, 핵발전소가 늘어났다. 참여정부 때 국민소득 2만달러,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허브론과 같은 경제성장 논리가 지배했다.

* 그동안 녹색당 사람들이 다른 언론에서 말한 것을 보면, 녹색당이 선거용 정당은 아닌 것 같다. 총선 이후에 대선이 있고 내후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그런데 핵발전소처럼 눈에 보이는 환경 이슈가 없는 지역도 있을 수 있는데, 어떻게 전국정당으로 나갈 것인가

하 : 녹색당에서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지역에서 풀뿌리 운동을 해왔다. 이현주 공동운영위원장의 경우 양천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어린이 도서관이나 공부방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있고, 농촌에 돌아가서 농촌운동을 하는 등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가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 녹색당이라고 해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환경문제만 말하는건 아니라는 뜻인가.

하 : 그렇다. 환경문제는 다른 사회문제와 따로 떨어져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회는 곧 인간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회고, 생명을 가볍게 보는 사회다. 녹색당 풀뿌리 당원들이 지역에서 하는 일은 자연과 인간과 생명을 존중하는 일이다. 아이들과 청소년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놀이방이나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청소년 인권운동도 마찬가지다.

* 녹색당 정책을 보면 여성, 소수자, 청년의 정치를 한다고 나와 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동안 정치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하 : 말씀하신 것처럼 청소년, 청년 뿐만 아니라 이주여성, 탈북여성, 성소수자, 여성 등 기존 정치에 소외되어 온 사람들이 많다. 소외된 사람들이 바라는 정책을 녹색당의 풀뿌리 운동으로 담아내겠다.

* 풀뿌리 운동을 잘하려면 지역조직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녹색당 지역조직 중 상당수는 사무실도 갖추지 못하고 당원모임만 따로 모여서 한다고 들었다. 지금 중앙당 사무실도 규모가 주간경향 편집실 정도 크기밖에 안되어 보인다.

하 : 사무실이나 상근활동가 같은 것이 정당을 무겁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고정된 사무실이 없어도 동네에서 활동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 중앙당도 마찬가지다. 상근활동가, 전업활동가들이 많은 정당, 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당이 되어선 안된다. 상근자가 많으면 상근자가 당원을 대리하는 폐해를 낳을 수도 있다. 잘 보시면 상근자는 없어도 각지에서 암약하는 녹색당원들이 있다.(웃음)

* 여태 얘기했던 것을 정리해보면, 녹색당과 기존 진보정당의 정책이 겹치는 부분이 많고, 거기서 녹색당은 녹색가치를 최우선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에서 활동하다가 녹색당으로 옮겨온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 : 사실 진보정당이 녹색당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우리 당원들 중에 진보정당 출신도 일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주로 기존에 정당활동을 하지 않다가 녹색당 창당을 계기로 참여한 사람들이다. 나만 해도 정당운동은 처음이다.

* 진보정당에 가입할 생각도 안했었다는 뜻인가

하 : 오래 전부터 녹색당이 아니면 정당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녹색당이 이제 생겼으니까 거기서 당원을 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시민운동, 풀뿌리 운동과 맞는 정당이 바로 녹색당이고, 유럽의 녹색당이다. 기존의 기득권 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정당도 그 안에 담는 내용을 보면 소위 말하는 조직된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조직 노동운동이 아니라 시대가 변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시민운동과 풀뿌리 가치를 담아내는 정치가 필요한데 기존의 진보정당으로는 그게 가능하리라고 생각할 수 없다. 물론 앞으로 진보정당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까지의 활동을 평가했을 때 녹색당이 (나에게) 좀더 알맞다고 본다. 

* 그래도 특정정책에 대한 정책연대는 가능할 수 있지 않나.

하 : 당연히 정책연대는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당의 당원으로 되는 것과 정책연대는 큰 차이가 있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기존의 진보정당의 당원이 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

* 녹색당이 생기면서 지방의회에서 활동하던 무소속 의원 중 참가를 생각하는 분들은 없나.

하 : 제가 사는 곳이 과천이다. 과천에 시의회의장으로 있는 서형원 시의원이 녹색당에 합류했다. 서 의원은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해오신 분이다. 구미에서 4대강 사업을 비판해온 김수민 시의원도 창당 때부터 녹색당원이다. 지금도 추가로 2~3명 정도 무소속 기초의원들과 입당 의사를 논의하고 있다.

* 지방의원이 있으면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정당이 유지되는건가?

하 : 2%를 넘지 못하면 등록취소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 조금 늦게 질문이 나오게 됐는데, 녹색당의 실질적인 총선 목표를 듣고 싶다. 지금 비례 3명, 지역구 2명이 나왔는데, 되도록이면 후보가 많이 나와야 녹색당의 존재도 알리고 득표를 끌어올릴 수 있지 않나.

하 : 목표만큼 후보를 낸 것이다. 지역구 2명, 비례대표 3명 당선시키는 것이 목표다. 괜히 후보를 많이 내는 것보다 정확하게 우리가 필요한 만큼만 후보를 낸 것이다. 돈도 없고.(웃음) 사실 선거라고 후보를 많이 내도 개인적으로나 당으로 보나 후유증이 크다. 그러기보다 정확하게 필요한 만큼만 후보를 내자는 취지다.

* 그래도 지금까지 보면 녹색당 후보 중에 당선가능성이 손꼽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하 : 인지도가 낮은게 문제다. 창당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창당한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인지도만 높아지면 녹색당에 투표할 사람은 많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흔히 말하는 무당파층, 기존에 지지하는 정당이 딱히 없엇던 사람들이 폭넓게 있다. 그분들에게 녹색당이 왜 생겼는지 무엇을 하려는 당인지 설명하면 지지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보면 오랫동안 쌓여온 생협운동, 환경운동, 지역 풀뿌리운동의 역사가 나름 있다. 그 활동에 참여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가까운 정당이 녹색당이다. 우리는 숨겨진 지지층이 생각보다 많이 있을 것으로 본다. 선거기간동안에 인지도를 높이고 우리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이 움직인다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을 이루지 못할 건 없다고 개인적으로 본다.

* 인지도를 높이려면 아무래도 언론 노출이 많아야 하는데 그리 많지 않다. 언론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 : 아쉬운 점이 사실 있다. 특히 조중동이나 방송에는 전혀 녹색당의 존재 자체를 보도하지 않는다. 약간은 의도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향신문,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에서는 녹색당의 창당도 보도했고, 우리가 내는 여러가지 정책자료나 논평도 인용보도한 적이 있다. 그리고 조금은 중간적 여론을 반영하는 CBS 노컷뉴스나 한국일보에서도 우릴 다뤄주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하지만 조중동에서는 우리를 한줄도 안써주더라.(웃음)

* 녹색당 인사들이 라디오에도 가끔 나오던데?

하 : 라디오는 출연하기도 하는데 TV에 나가기는 힘들다. 게다가 방송사 파업중이다보니 우리같은 소수정당이 나가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나마 괜찮은 생각, 녹색당을 의미있게 생각하는 기자들이 파업중이니까.(웃음) 뉴스타파에도 좀 나왔으면 좋겠는데 출연을 안시켜준다.(웃음) 농담이고 지금 이런저런 이슈가 많은데 녹색당을 중심으로 다뤄달라고 하는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

* 낮은 인지도 때문에 녹색당의 생각보다 성과가 안나올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등록취소라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물론 녹색당이 법적으로 등록취소가 되더라도 지속적으로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당원들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하 : 녹색당을 창당할 때부터 녹색당은 어쨌든 계속한다는 전제를 하고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지금까지 5개 시도당을 창당했고, 진성당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선거법으로 정당등록이 취소된다고 해도 녹색당이라는 실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사람이 있고 가치와 조직이 있는데 녹색당 운동은 지속될 것이다. 다만 등록정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뭐 녹색당 대신에 한국녹색당으로 등록하면 되지 않겠나.(웃음)

사실 정당투표가 2%가 안된다고 강제로 정당을 없애는 것도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뭐 취지는 정말 장난식으로 만들어진 정당을 막자는 뜻이겠지만, 투표율로 강제로 당을 없애는 정당법이 전세계 어느 나라에 있는지 의문이다.(편집자주 : 하승수 사무처장은 변호사로, 제주도 법대 교수를 지냈다.) 이를테면 허경영씨 같은 경우, 아무리 취소시켜도 다시 또 무슨 당을 만들어서 할 분들인데 굳이 취소시킬 필요가 있나 싶다. 그리고 강제로 정당등록을 취소하는 조항은 정당 자체를 우습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 녹색당도 진지한 정당이 아니고, 선거용 정당이라는 식으로 이미지가 덧씌워진다는 의미인가?

하 : 사실 주류언론을 중심으로 정치나 정당 자체를 폄하하려는 시도가 있다. 가급적이면 사람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고, 정치는 나쁜 것이고 이전투구를 하는 것이고, 정당은 그런 사람들이 모인 것이라는 말을 유포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정당과 정치로부터 관심을 두지 않게 만든다. 녹색당은 권력을 잡고 이전투구를 하러 창당한게 아니다. 그보다는 가치를 말하고 정책을 말하러 나온 정당이다.

* 녹색당이 주류 언론에서 원하는 정치의 모습과 다르기 때문에 외면받는 측면도 있다는 식으로 들리는데, 기자가 맞게 이해한 건가.

하 : 언론 입장에서는 정당끼리 날선 말도 하고 좀 싸워야 얘기도 되고 기사도 쓰는데 녹색당은 착한 말만 한다. (웃음) 언론의 속성상 자극적인 것이 필요한데, 녹색당에게 딱히 좋은 건 아니다.

* 선거 이후 얘기도 하고 싶다. 선거가 정당의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시민단체 시절과 다르게 정당으로서 선거기간 외에는 어떤 활동을 할 생각인가.

하 : 녹색당의 정책적 영량이 기존 정당보다 결코 모자르다고 보지 않는다. 녹색당에도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깊이있게 고민해오고 실천해온 사람들이 많다. 녹색당에 우호적인 전문가와 지식인도 많다. 녹색당의 친구들이라는 명단도 말표했다. 국가적 차원 뿐만 아니라 지역적 차원에서도 녹색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정책을 꾸준히 생산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 정책을 만드는 것은 좋은데, 국회에서의 영향력이 없으면 실현시킬 방법이 없지 않나.

하 : 시민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 제가 생각하기에 바람직한 정당은 풀뿌리에서 그 정당과 관련된 단체와 개인이 힘을 모으고, 당 차원에서는 그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정당이다. 녹색당은 다수당을 추구하지 않는다. 전세계의 녹색당이 다 소수정당이지만 그 나름의 정책을 관철시키고 있다. 유럽에서는 연립여당에 참여하거나 정책연대를 하는 식으로 해서 정책을 관철시키는 사례가 많다. 다수당이 되어야만 우리의 주장을 현실화할 수 있는건 아니다.

* 녹색당의 궁극적 목표는 다른 정당처럼 집권하는게 아니라, 가치를 실현시키는데 있다는 건가.

하 : 집권을 목표로 해서 가치를 버리는 정치가 그동안 많았다. 녹색당은 다른 정당을 녹색의 가치로 이끌어오는 역할을 하려 한다. 우리가 '반정당의 정당'이라는 말을 쓴다. 집권보다는 우리가 바라는 변화,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와 정책을 관철시키고 실현시키는데 촛점을 두는 정당이 되려 한다.

 우리는 창당하기 전부터 다른 당과 탈핵 토론회도 했다. 예를 들면 서울시 당원들중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고, 유기동물 문제나 동물권에 관심있는 당원들이 많다. 그 당원들이 창당 과정에서부터 당의 동물권 정책을 만들었고, 다른 동물보호단체와 연대해서 서울시에 정책제안도 했다. 그렇게 활동을 하려고 한다. 농민당원은 농업정책을 내서 입안을 하고, 그것이 당의 정책이 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정책에 관심있는 당원들과 바깥에 있는 단체들이 함께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녹색당다운 정책생산구조다.

* 아까 전부터 풀뿌리운동을 강조하셨는데 정책도 풀뿌리에서 생산되는 구조란 말인가.

하 : 아래에서부터, 현장에서부터 풀뿌리 방식으로 정책이 만들어져서 위로 수렴되어 가도록 할 것이다. 지금은 창당이 급박하게 이뤄졌고 총선이 눈앞에 닥쳤기 때문에 충분히 실현하고 있진 못하다. 총선이 지나고 나면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풀뿌리 방식으로 당원 활동이나 정책 생산이 이뤄질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 때까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려고 한다. 우리 당원들은 준비가 되어 있다.

* 지방선거는 총선보다는 소수당의 진출이 비교적 쉽다.

하 : 소수당의 진출이 용이한 것 뿐만 아니라, 지역부터 바뀌지 않으면 국가정책이 바뀌지 않는다. 에너지 문제도 지역에서부터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이번에 서울시가 핵발전소 1개 분량의 에너지를 줄이겠다고 했다. 이처럼 지자체부터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할을 해야한다. 핵발전소 뿐만 아니라 농업 문제나 기타 환경문제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진 시대다.

 녹색당의 철학도 지방분권형 구조와 맞닿아 있다. 독일에 프라이부르크라는 환경도시가 있다. 환경수도라고도 불린다. 흑림으로 불리는 독일의 유명한 숲 옆에 있는 도시로, 인구가 많지 않은 대학도시다. 생태환경적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도시로 불린다. 프라이부르크는 일찍이 풀뿌리 환경운동과 녹색당 활동이 많앗다. 녹색당 소속 시장도 배출되는 등 녹색당의 주요 거점 중 하나였다. 그 인근 지역은 보수적인 분위기가 많은데 프라이부르크는 녹색당을 중심으로 세계적 생태수도로 거듭났다. 체르노빌 사건 이후에는 시의회 차원에서 탈원전을 선언했고, 도로 대신에 대중교통을 늘리고, 자전거를 타는 도시를 만들었다. 이번에 지역구로 나간 곳이 될 수도 있고, 프라이부르크와 같은 거점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 사실 수도권에서 환경도시하면 경기도 과천시가 떠오르는데, 이곳은 새누리당 강세 지역으로 알고 있다.

하 : 시 자체는 환경친화적 분위기가 있는 것은 맞는데, 재건축이나 기타 돈 관련한 이슈가 많이 걸려있는 지역이라서 쉽지는 않다.

* 제주도 같은 곳도 녹색당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도 도당이 있나?

하 : 제주도에는 녹색당 창당준비위가 있다. 150명이 좀 넘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것도 정당법이 이상한 부분인데, 지역당을 만들 때 서울도 1000명, 제주도도 1000명 이상을 모아야 한다. 제주도 인구가 55만 명인데, 진성당원으로 치면 1000명 넘는 당이 거의 없을거다. 인구비율로 해야 그나마 말이 되지 않겠나.

제주도 외에 충남 홍성에도 녹색당 당원들이 많다. 홍성이 농업지역이고 귀농인이 많다. 총선이 끝나면 여러 지역에서 생태도시의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활동을 벌일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녹색당이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득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녹색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과 동시에 국가적으로도 확대일로의 핵발전을 스톱시켜야 하고, 토건사업도 중지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쉽진 않다.

* 마지막으로 녹색당을 꼭 찍어야 할 이유를 한번 더 듣고 싶다.

하 : 이번 총선이 4월 11일이다. 11일에는 11번을 찍어야 한다.(웃음) 그동안 한국의 선거는 지역구 중심의 선거였다. 녹색당은 가치중심의 선거를 말한다. 비례대표 투표가 가치중심의 선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고, 총선 비례투표는 가치와 정책을 보고 찍자는 캠페인을 잘 하겠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녹색당 비례1번 이유진 후보(가운데)와 선거운동원들이 4월 8일 서울 대학로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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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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